알찬 스토리의 창작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하지만?
OSEN 기자
발행 2009.03.13 10: 01

[리뷰] 어설픈 살인자와 분산된 무대의 아쉬움…‘마이 스케어리 걸’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만든 ‘마이 스케어리 걸’은 영화의 스토리를 벗어나 깊이 있는 내용들을 가득 담았다. 살인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참신한 소재에 사연 깊은 메시지까지 담아 창작뮤지컬의 깊이를 더했다.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뮤지컬 무대에는 리얼하게 표현된 ‘토막 난 시체’가 섬뜩하게 등장한다. 공포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무대는 로맨틱 뮤지컬의 적정 수위를 유지하며 자극적이지는 않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동시에 연출했다. 이 뮤지컬의 최대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치한 로맨스도, 자극적인 호러도 아닌, 소소한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는 매력에 있다. ‘살인’이라는 소재가 자칫하면 억지스러울 법도 한 것을 주인공 미나(방진의 분)의 엽기적인 살인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면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 번째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살인을 저지른 사연과 ‘돈’에 미친 두 번째 남편을 살인한 사연, 미나의 과거를 이용해 먹으려던 옛 애인과 ‘돈’을 뜯어내려 찾아온 친구의 애인까지, 총 네 명의 남자들을 살해했다. 죽은 남편으로 부터 받은 유산에 ‘돈’ 냄새를 맡고 찾아온 추잡한 인간들을 등장시켜 단순히 ‘재수 없어 살인했다’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스토리에 메시지를 더했다. 그 모습이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추잡한 인간들의 모습이기에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살인자 미나를 납득할 수 있게 설정했다. 창작이라는 어려운 작업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아낸 ‘마이 스케어리 걸’은 정작 ‘쇼’적인 화려한 요소들은 부족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가 아닌 유니크한 소재를 입체적으로 살리는 데에 공을 들였다. 무대구성과 안무, 조명은 그야말로 극을 구성하기 위한 역할에만 충실했다.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도 배우들의 심리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했다. 뮤직넘버의 템포와 대사의 흐름을 맞춰 극을 전개시키는 역할을 소화했다. 뮤지컬 넘버가 극 속에서 새롭게 연출을 시도했다. 작품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살인사건을 대변해주듯 우리의 삶과 유난히 닮아 있는 구석들이 많다.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은 살벌해진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가볍게 웃어넘기기엔 어두운 그늘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뮤지컬은 ‘사랑’을 소재로 극의 전환을 시도한다. 호러 속에 로맨스를 더해 그야말로 달콤 살벌한 극을 전개시켰다. 호러와 로맨스를 동시에 소화해 입체적으로 표현된 배우들은 어땠을까? 소심한 남자 대우 역을 맡은 김재범과 미나의 친구 장미 역을 맡은 김진희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살려내 재미를 더한다. 특히, 장미 역에 김진희는 '나도 미나만큼'이란 뮤직넘버를 재치있고 애교스럽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곳곳에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하는 '멀티맨'도 매력적이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를 재구성한 뮤지컬의 새로운 캐릭터로 미나의 살인사건에 대한 사연을 풀어내는 역할로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 미나 역을 맡은 방진의는 칼을 들고 있는 살인자의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중성을 드러내는 미나의 심리도 깊이있게 표현하지 못했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무대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치장하지 않은 무대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유난히 개방돼 있는 소극장 무대는 배우들에 대한 집중을 어렵게 했다. 모처럼 탄탄한 스토리로 알차게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은 분산된 무대구조와 주인공의 아쉬운 연기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jin@osen.co.kr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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