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서도 국내 공영방송의 국민관심을 외면한 안일한 중계방송 행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야구 관계자와 팬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KBS MBC TV 등 지상파 공영방송 두 곳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6일(한국시간) 시작되는 WBC 2라운드 중계방송을 제작비 절감을 위해 캐스터와 해설자를 현지에 파견하지 않고 국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멕시코와의 2라운드 첫 경기를 생중계하는 민영방송 SBS TV는 현지에 캐스터와 해설자를 파견한다. 이들 3개 방송은 도쿄에서 열린 1라운드 땐 모두 국내 스튜디오에서 MLB의 제작 화면을 받아 중계방송을 했다. 스튜디오에 앉아 중계방송을 한 캐스터와 해설자는 현장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여러 차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스터는 선수 교체를 체크할 수 없어 한참 지난 뒤 바뀐 선수가 화면에 나온 다음에야 멋쩍은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알려줬다. 해설자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작전의 변화와 선수들의 움직임을 알지 못해 수준 높은 해설을 원천봉쇄 당했다. 특히 해설자들은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때 핵심을 간파하지 못해 시청자에게 명료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9일 일본과의 1라운드 1,2위 결정전이 단적인 예다. 한국은 7회초 무사 2,3루에서 5번 이대호의 유격수 땅볼 때 주자 2명이 홈과 3루에서 객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 중계방송을 했던 KBS와 MBC 해설자들은 원론적인 입장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으로 이 상황에서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즉 "무사 주자 2,3루에선 감독과 3루코치 그리고 주자들 사이에 미리 사인교환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말하는 수준에 그쳤다. 2루와 3루 주자였던 김태균과 김현수의 움직임에 대해선 언급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해설자가 현장에 있었다면 이대호가 타격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자들의 동작을 보고 벤치의 의도와 선수들의 플레이를 정확하게 짚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WBC같이 큰 대회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중계방송이 이어지자 경기 자체의 흥미도 반감되고 있다. 또한 생생한 운동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은 갈수록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영방송의 이 같은 태도는 스포츠 시청자의 수준을 얕잡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선 해외 올로케이션을 마다하지 않는 공영방송이 스포츠팬들에겐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BS와 MBC 등 두 공영방송은 한국이 4강에 올라갈 경우 캐스터와 해설자의 현지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벌어졌던 한국과 일본의 WBC 1라운드 1,2위 결정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