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수비 중에 김빠지는 일이 2개 있다. 하나는 수비수들의 실책이고 하나는 투수 보크이다. 수비 중에 위기를 자초하는 일로 전체 선수단을 우울하게 만들고 팀을 패배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에 ‘보크 주의령’이 발동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크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 축족을 완전히 빼지 않고 견제구를 던질 경우나 세포지션을 했다가 다시 풀면 여차없이 ‘보크’가 된다. 이미 한국 선수단은 2번씩이나 ‘보크 판정’을 받고 당황한 일이 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라운드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좌완 선발 봉중근이 1루 견제를 하다가 보크 판정을 받았다. 4회초 공격서 선취점을 뽑아 1-0으로 앞선 4회말 수비서 봉중근은 첫 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1루 견제를 하다가 그만 보크를 범했고 다음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의 땅볼 진루타로 1사 3루의 절대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후속 무라타 슈이치를 1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이나바 아키노리 마저 투수 앞 땅볼로.처리해 무사히 넘겼지만 한국으로선 최대 위기였다. 견제에 관한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봉중근이 국내 무대에서 했던 것처럼 축족인 왼발을 빼면서 견제를 한 것이 이번 대회 판정을 책임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심판에 걸려든 것이다. 봉중근은 가볍게 어필했지만 리플레이된 TV 중계 느린 화면에는 봉중근이 축족을 다 빼기도 전에 1루 견제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의 2번째 보크는 지난 12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나왔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우완 이재우가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를 보고 글러브에 오른 손을 넣었다가 살짝 푸는 장면이 메이저리그 구심에 걸려든 것이다.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투수들의 보크 동작을 가장 세밀하게 판정하겠다는 사무국의 공지가 나온 터여서 투수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 투수진도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무의식 중에 국내무대에서 했던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팀패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보크 판정에 대비해 16일부터 시작되는 2라운드에서는 대표팀 투수진이 더욱 조심해야한다. 2번의 '예방 주사'를 맞았으니 큰 걱정은 안되지만 위기상황에서 침착한 대응이 요구된다. sun@osen.co.kr 1라운드 일본전서 보크를 범한 봉중근이 가볍게 어필하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