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문건, 누가 떨고 있을까?
OSEN 기자
발행 2009.03.15 08: 46

고 장자연 문건의 존재가 알려졌을 당시부터 연예계 매니저 상당수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러내 놓고 말을 못했을 뿐, 무명이나 신인 여자 연예인들이 인사나 소개 등의 명목으로 늦은 밤 각종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악습은 여전히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연예계 악습의 실체가 오랫동안 베일 안에 숨겨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일선 매니저들은 관련자가 절대 비밀을 지킬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사실을 들고 있다. 현재 연예계에서 여성 연예인을 광고주 미팅이나 언론계 유력인사 및 스폰서 등과의 술자리에 동원하는 인물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성상납'이란 말이 화두였던 지난 세기의 연예계 풍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화됐다는 게 신진 기획사 대표들의 증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일부 거물 매니저들이 여성 연예인 동원의 악습을 이어가면서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고, 자리에 참석한 연예인이나 유력인사들도 자신의 이미지에 치명적일수 있는 스캔들을 막기 위해 입을 단단히 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고 장자연 문건도 기존 소속사와 그녀를 새로 영입하려는 구 매니저와의 소송건들이 얽히고설키지 않았다면 영원히 감춰졌을 것이란 추측들이 난무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경찰의 고 장자연 문건 수사로 연예계 악습이 근절될 수 있을까. 관련자들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기도 힘들 뿐더러 범법 사실을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매니저들의 지적이다. 피해자인 여자 연예인들이 누구보다 더 피해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담당 연예인과 하루 일상생활을 함께 보내는 로드 매니저의 경우 이들의 동선을 가장 잘 알지만 입을 열기에는 아는 것도 적고 위치도 미약하다. 소속사 대표의 늦은 밤 호출에는 일정 장소에 연예인을 데려다줄 뿐, 자리에 동석하는 건 꿈도 못꿀 일이다. 간혹 해당 연예인이 이같은 고충을 로드 매니저에게 털어놓는 와중에 굳은 동료애가 형성돼 기존 소속사로부터 같이 독립하는 사례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S '뉴스 9'가 14일 보도한데로 고 장자연 문건에 술자리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다면 이는 장자연이 유장호 전 매니저를 통해 소속사를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압박 수단으로 작성했지, 일반 공개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 장자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유장호씨가 이를 언론에 유포했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이번 사건에 관한한 관련자들의 경찰 출두는불가피할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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