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문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9.03.15 09: 24

故 장자연 유족들의 반대 속에서도 자필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자택에서 자살한 고인의 유가족들은 자필 문건에 대해 존재 여부 자체를 부인했지만 결국 KBS뉴스9에서 13일, 14일 이틀에 걸쳐 문건 사본을 공개하면서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던 악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온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는 고인 생전 더켄텐츠에서 매니저로 함께 일한 사이다. 고인 사망 직후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며 그간 자연이의 괴로운 심경이 담긴 문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문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유 대표는 8일 오후 2시 30분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간단한 기자 브리핑을 갖고 “문건을 가지고 있다. 공개 여부는 전적으로 유족의 판단에 따르겠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힘든 일로 자연이가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당시 유족은 “지인(유장호 대표)으로부터 심경글은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문서를 보긴 했지만 자연이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KBS 뉴스9에서 공개한 문건이 고인이 남긴 게 맞다면 유족이 공개 꺼려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문건에는 유명인사들에게 술 접대, 소속사 사장으로부터의 감금 폭행, 성 상납 강요, 경제적인 불이익 등 여배우에게는 수치스러울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건이 언론과 대중에게 화제가 된 문건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유장호 대표가 “또 다른 희생자를 원치 않는다. 처벌 받아야할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을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성상납, 스폰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문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유대표는 더 컨텐츠 소속의 여배우 이미숙, 송선미와 함께 독립해 새로운 기획사를 차렸으며 그 과정에서 더컨텐츠대표와 소송 4건이 진행중이다. 유 대표가 “공공의 적”을 지적하며 경찰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한 부분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왜 장자연이 유장호에게 이 같이 중요한 문건을 남겼는지도 의문이다. 더 컨텐츠 엔터테인먼트에서 고인, 유장호 등과 함께 일한 적 있는 한 연예관계자는 “그런 민감한 문건이라면 장자연 보다는 가장 친했던 연예인 A씨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유장호 대표가 가지고 있었다면 자연이가 소속사 이적을 염두에 두고 더컨텐츠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문건 내용처럼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확인시켰다. 또 더컨텐츠 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사람도 많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은 KBS에서 문건 사본을 어떻게 입수하게 됐냐는 것이다. 유대표는 8일 빈소에서 브리핑하며 “사본이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유가족의 반대가 심하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유대표는 문건을 모두 유족에게 전했다고 밝혔고 유족은 이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표가 문건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KBS가 문건을 입수했든 유대표가 사본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유대표 역시 쉽사리 문건이 유출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KBS가 공개한 것처럼 방송계 유력 인사들이 명단에 포함됐다면 소속사 대표인 유씨와 소속 배우들이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또 다른 이해관계자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이번 KBS 보도로 고인의 사건을 재수사할 것이라고 전한 가운데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어 또 한번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mir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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