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중국이 ‘공한증’에 걸렸다면 이제 야구에서는 일본이 ‘공한증’으로 시달릴 정도다. 경제력이나 고교야구팀 수, 돔구장 등 모든 환경에서 한국을 앞서지만 국제대회에서는 한국에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또다시 격파하며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18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4강행 티켓을 놓고 맞붙은 한국과 일본은 대조적인 행보 끝에 4-1로 한국이 승리,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양국은 1라운드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한국이 자신감과 정신 자세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승부는 1회말 한국 공격에서 갈렸다. 1회초 수비서 일본이 자랑하는 간판타자 이치로를 범타로 처리하는 등 무실점으로 무사히 마친 한국은 1회말 공격서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를 몰아붙였다. 톱타자 이용규가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고 2루 도루에 성공, 일본 내야진을 흔들었다. 허둥대던 일본 내야진은 2번 정근우의 2루 땅볼 타구 때 2루수 이와무라가 어설픈 수비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줬다. 이와무라의 수비 실수는 계속됐다. 3번 김현수의 평범한 2루 땅볼을 더블 플레이로 연결하려고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유격수 가타오카에게 송구한 것이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던 정근우에게 막혀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했다. 그사이 3루주자 이용규는 가볍게 홈인, 선취점을 올렸다. 베테랑 빅리거인 이와무라였지만 한국의 거센 공격에 정신을 못차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뜩이나 마운드에 있는 다르빗슈도 평소 답지 않게 제구가 높게 되면서 흔들리고 있던 터에 내야진의 수비 실책까지 겹쳤으니 일본으로서는 설상가상이었다. 다르빗슈는 물론 일본 선수 대부분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초조해 보였다. 얼음처럴 얼어붙어 ‘덜덜덜’ 떠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계속된 공격서 4번 김태균은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5번 추신수는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다음타자 이진영이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 최고 투수라는 다르빗슈를 맞아 1회부터 거침없는 타격을 펼쳐 3점을 뽑아냈다. 근년들어 일본전서 우위를 보인 한국 대표 선수들은 자신감 넘친 플레이로 주눅 든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만들었다. 2006년 1회 대회 때부터 상대전적서 6승 2패를 마크, 일본이 ‘공한증’에 걸릴 정도로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sun@osen.co.kr 4번 김태균의 불방망이에 주눅든 일본이 볼넷을 내주는 장면. /샌디에이고=김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