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네스코 ‘코뿔소’, 무용-연극의 서로 다른 시각
OSEN 기자
발행 2009.03.20 11: 17

예술과 사상계에 깊은 영향력을 끼친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부조리극의 지평을 연 대표적인 극작가답게 현대 예술가들 사이에 그의 작품이 다양하게 소화돼 장르를 넘어서는 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초기 작품들 중 주제의식이 뚜렷해 관객에게 쉽게 다가오는 작품으로 ‘코뿔소’가 소개된 바 있다. 그의 100주년 기념으로 한 다양한 작품 중에 연극계를 벗어나 무용계에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활용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이오네스코의 부조리한 극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장르의 표현에 주목해본다. ∎ 현대무용의 생동감있는… 무용가 이태상의 ‘코뿔소’ 2008년 서울문화재단의 젊은 예술가 지원프로그램 ‘나트(NArT: New Artist Trend)’에 최종 선정된 안무가 이태상의 작품 ‘코뿔소’가 오는 26일-27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오네스코의 소설 ‘코뿔소(Rhinoceros)’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된 이 작품은 인간의 부조리한 일면을 드러내는 철학적 표현들로 구성했다. 어느 평범한 일요일에 느닷없이 코뿔소 한 마리가 출현한다. 일상에 들이 닥친 이 느닷없는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무용가 이태상의 ‘코뿔소’는 부조리한 인간의 내면의 문제를 객관적이고 철학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신체언어로 표현한다. 현대무용의 예술적 의미를 찾기보다는 이오네스코의 작품에 담겨있는 부조리한 인간의 내면을 담아 생동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코뿔소’를 비현실적인 낯선 존재로 활용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이오네스코 희곡에 등장하는 뵈프, 장, 데이지, 베랑제 등 네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내면의 정신세계를 단계적으로 구분해 동작으로 표현하며 하나의 완성된 무대를 선보인다. ‘뵈프’의 지리한 일상의 균열, ‘장’의 외면에 가려진 잠재된 무의식적 야수성과 폭력성, ‘데이지’의 우연한 사랑에 매달리는 상황, ‘베랑제’의 왜곡된 진실 속에 굴복하는 존재로 표현했다. ∎ 이오네스코의 부조리한 언어의 활용… 우리극 연구소의‘코뿔소’ 평화로운 마을에 코뿔소가 등장하고 마을 주민들이 코뿔소로 변해간다. 마을에 유행병처럼 번져가는 코뿔소 변신은 주민들 사이에 엇갈리는 경이와 공포로 코믹하게 전개된다. 연극은 우리극 연구소의 워크숍 과정을 거쳐 이오네스코의 작품을 철저히 해석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적절히 각색해 명쾌하고 흥미진진한 부조리극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이다. 앞서 소개된 현대무용의 ‘코뿔소’와는 다른 접근방법이다. 연극은 ‘집단 본능에 대한 풍자’에 초점을 맞춰 언어적 각색과 무대연출에 힘을 줬다. ‘코뿔소’ 작품 속에 같은 발음에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동음이어’를 언어적 모순으로 부조리한 연극에 활용했다. 부조리한 언어사용에 대해 등장인물의 호칭에서 예를 들 수 있다. 프랑스어로 ‘착한, 깨끗한, 좋은’의 뜻을 가진 ‘베랑제’와 꽃 이름인 ‘데이지’를 주인공의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빠삐용-나비’ ‘뵈프-소’ 등 이름에 대한 묘한 언어의 해체를 시도했다.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와 다른 의미를 가진 언어로 부를 때 괴리감이 언어의 모순과 일치한다. 또한 동시에 뱉어내는 말들이 이뤄내는 리듬과 템포가 새로운 언어의 원리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거대한 ‘코뿔소’의 파괴력이 돋보이는 무대구성은 상상력을 동원해 해석했다. 우리극 연구소의 ‘코뿔소’에서는 코뿔소 소동을 극명하게 드러내줄 일명 ‘코뿔소의 방귀’가 등장한다. 흙먼지와 코뿔소의 분비물을 사람들이 뒤집어쓰고 무대세트가 흔들리고 무너진다. 연극무대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꾸며졌다. 코뿔소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커져가는 몸집과 코뿔소 가죽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피부들의 변화가 생생하게 표현돼 재미를 더했다. 이오네스코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선보이는 우리극 연구소 오동식 연출의 외젠 이오네스코 ‘코뿔소’는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jin@osen.co.kr 현대무용 '코뿔소' (위)와 연극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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