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인가, 우연인가. 20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WBC 2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터져나온 일본투수 우쓰미 데쓰야(26)의 이용규(24) 머리 사구를 놓고 찜찜한 구석이 많다. 일본의 의도적인 때리기 전략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폭투성 사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선발등판한 우쓰미는 3회1사후 이용규를 상대로 초구를 머리쪽에 던져 뒤통수를 그대로 가격했다. 이용규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타석위에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대형사고는 아니었지만 일본벤치의 고의성까지 의심될만한 상황이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이용규는 지난 18일 일본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톱타자로 출전해 다르빗슈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터트렸고 초구에 곧바로 도루를 감행, 일본을 당혹시켰다. 크게 흔들린 다르빗슈가 이후 3실점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에 일본이 무너졌다. 일본에서도 이 장면이 패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3년연속 10승 투수이자 요미우리의 간판투수인 우쓰미는 제구력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2006년 리그 최다 폭투(9개)를 기록했지만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3년동안 566⅓이닝동안 168개의 볼넷을 내주었고 사구는 25개(7개-11개-7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3개의 사사구를 내줄만큼 컨트롤이 불안하지 않다. 더욱이 일본야구는 교묘한 빈볼로 악명이 높다. 이승엽이 2006시즌 이후 고전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몸쪽이나 머리쪽으로 교묘하게 던지는 빈볼성 피칭도 있었다. 이승엽이 "앞으로 빈볼이 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일본 투수들의 집요한 빈볼이 그만큼 많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다만 우쓰미가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등판 못했다는 점은 이해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컨디션이 여의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점도 이용규가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우쓰미를 한번 쳐다본 것은 되새겨볼 대목이다. 빈볼 여부는 누구보다도 타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3회말 1사 이용규가 일본 선발 우쓰미의 투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고 있다./샌디에이고=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