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에서 큰 소식거리 몇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첫 번째 '혁명가' 김택용(19, SK텔레콤)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정복자' 박지수의 KTF 전격 이적을 말할 수 있다.
김택용의 소식이야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지만 박지수의 이적은 팬들의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팀 간의 트레이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문제라 큰 걱정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박지수의 KTF 이적을 두고서는 잡음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승자 출신인 박지수의 이적을 두고 환영하는 목소리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 것.
일주일 전의 일이다. 지난 13일 박지수의 KTF 이적 발표가 있고나서 기자는 화승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화승 관계자는 "답답하다. 팬들이 너무 우리 팀 조 감독을 비난한다. 감독과 불화설을 비롯해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사실인냥 커뮤니티를 비롯해 기사 댓글에 달고 있다"라며 하소연했다.
사실 박지수의 이적 한달여 전에 조정웅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박지수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다른 e스포츠 관계자는 이 인터뷰가 불거지면서 지금 박지수의 이적까지 이어졌다고 평할 정도.
여기다가 평소 조 감독이 "박지수의 이적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들은 하지 마세요"라며 적극적으로 이적 반대 입장을 밝혀 박지수 이적에 대한 반발은 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선수들의 이적은 감독이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프로리그 08-09시즌 시작에 앞서 화승의 전신인 르까프는 하계 워크숍을 갔다온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나눈 얘기 중 하나가 팀의 효율적인 운용이다.
좀더 강하고, 튼튼한 팀을 만들기 위한 얘기를 나눈 것 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트레이드였다. 선수 현금 영입은 물론이고, 팀의 남는 잉여자원을 다른 팀에 보내 전체적인 시장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수 많은 얘기가 오고갔다.
물론 감독과 선수 사이에 불화가 있으면 팀의 질서를 위해서 선수를 시장에 내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박지수의 경우에 대해 화승 한상용 코치는 "(박)지수가 물론 잘하기는 하지만 (구)성훈이하고 (손)주흥이가 성장하면서 주전 경쟁이 치열해 졌다"라며 "팀 내 경쟁이 치열하고 우리 같은 경우 테란이 남는 전력이라 오히려 이번 KTF 이적은 지수에게는 잘 된 일 같다"고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번 시즌 KTF가 박찬수 박지수 거물급 선수를 영입했고, 2008시즌 시작을 앞두고 김택용의 SK텔레콤 이적과 박성준의 STX 이적이 있었지만 사실 e스포츠 시장에서 선수간 이적은 너무 그 빈도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적을 해도 그 해석은 또 극과극이다. 선수 팔아먹기 내지는 선수 쫓아내기, 좀 좋게 볼 경우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입장이 나온다.
쫓아내기쪽으로 정리되면 욕은 대부분 e스포츠 팀의 감독들이 감당하게 된다. 지난 2007년 한동욱 이적을 비롯해서 선수 이적의 십자가는 감독들이 지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렵던 비스폰서 시절 팀을 지키고 e스포츠의 버팀목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이 지금 공군을 제외한 모든 팀이 프로화가 된 시장에서 악령으로 몰리고 있는 판국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금의 e스포츠판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요즘은 몰매를 맞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