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계에서 신인 여배우로 사는 고통
OSEN 기자
발행 2009.03.21 09: 19

신인 연기자 장자연의 죽음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한국 연예계에서 발붙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예계의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데뷔 7년 동안 신인인 채 연기자 도약을 꿈꾸는 한 신인 여배우 A양을 만나 어려운 현실을 들어봤다. 신인 연기자 A양은 “과거에 있던 소속사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이전까지 다른 사업을 했고 모 그룹을 했던 여 가수와 스폰서 관계에 있었다. 그러다가 가수가 ‘오빠 나 음반 하나만 내주면 안돼?’를 시작으로 해서 아예 소속사를 차리게 됐고 급하게 세팅을 했다. 보통 여배우만 많이 뽑았고 남자 배우는 거의 뽑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쪽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돈만 많다고 갑자기 사업에 뛰어드니 제대로 소속사가 돌아가지 않았고 소속 배우들도 각자 알아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털어놨다. 연기자와 소속사 간의 어이없는 계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계약서 이외에 이행각서도 쓴다”며 “‘3일 동안 핸드폰이 안되거나 두절되면 계약금의 몇 배를 물어야 한다’ ‘일하는 시간 외에도 저녁에 자리가 있을 때는 꼭 참석을 해야 한다’는 등등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지장을 찍게 했다. 하고 싶지 않아도 거의 반 강제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고 대표가 조폭과 연관이 돼 있었기 때문에 사실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이행각서를 쓴 이후부터는 마치 소속사 대표의 소유물인 마냥 저녁 술 접대 자리에 불려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이행각서를 쓰고 계약을 한 이후부터는 제작사 대표, PD들, 어느 지방의 시장님들, 검사 등 각계 인사들이 있는 저녁 술자리에 불려 다녔다”며 “가서 술시중도 들도 사회를 보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밤마다 술자리에 나가서 술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 술 접대 이후 성 상납이 이어지는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소속사 대표가 술 접대를 한 이후에 성 상납까지 강요하는 때가 많았다”며 “신인 연기자를 말로 설득한다. ‘네가 앞으로 뭘 하려고 하면 돈이 얼마나 들 것 같으냐. 모 검사를 소개해줄 테니 만나라. 그럼 해주겠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더 설득을 하기 위해서 ‘네가 여태까지 무엇 하나 해놓은 것도 없고 중고 배우이고 신인이다. 부모님한테 손 벌려서 뭐하냐 남자친구랑 그렇게 할 것, 이왕 할 거 썩어서 문드러질 몸 검사랑 해라’고 하면서 성상납을 강요한다. 그런 말을 할 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이들도 있지만 흔들리는 신인배우들도 많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지금도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받으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며 “일 년 동안 작은 역할을 몇 개 해서 조금의 돈을 벌어도 진행비 등의 명목으로 소속사와 나누고 그러다 보면 정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경제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자기를 빨리 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고위층 인사에 대한 성상납, 또는 얼마 동안 금전적인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스폰서의 유혹이 큰 것이 사실이다. 주위에 한 탤런트는 아침드라마에 좀 나가다가 일이 너무 안 풀리고 여기저기 흘러가다가 소속사를 정해서 가는 데마다 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이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또 룸살롱에 끌려가서 아가씨들처럼 술시중을 들고 그랬다. 또 스폰서도 둬서 외제차를 받기도 하고 용돈을 받아오기도 했다. 가난한 신인 연기자들 중에서는 스스로 스폰서를 구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신인들도 많다는 말을 전했다. “일부 여자 연기자들이 스폰서를 두고 술시중과 성상납을 하는 사례의 이야기가 연예계의 공공연한 사실로 널리 퍼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신인도 중고 배우도 많은데 그들마저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또한 마지막으로 이 신인 연기자는 “보통 주인공 아닌 2,3번째 비중의 역할은 제작사에서 미리 찍어 놓은 배우가 있다. 제작사와 스폰서 사이이거나 투자자와 관계 때문에 미리 점 찍어둔 배우가 있다. 과거 투자사 쪽에서 ‘이 아이를 써라. 연기 다 거기서 거기고 도토리 키 재기이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렇게 내려오는 낙하산들이 많았다. 오디션은 형식상 치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의 의견과 힘이 더 우위에 있는 경우도 많아서 점점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 배역을 따낼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정말 실력으로 정말 공정한 기회를 통해서 배역을 따낼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밖에는 없다”는 바람을 전했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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