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버라이어티가 예능의 주류가 되면서 제작진과 출연진은 대본에서 자유로워졌다. 대본은 메인 MC의 진행 멘트만 있거나 ‘패밀리가 떴다’처럼 상세 대본이 있어도 실제로는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진행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행자의 위기대처능력이나 순발력, 실제 캐릭터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맹점이 ‘대본이 없다’는 데 있다. 상상 이상의 인기를 누리면서 시청자 기대와 요구에 자유로워질 수 없어졌다. 대본 없는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출연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MBC ‘무한도전’은 진행 대본 정도만 있으며 MC들은 매번 다른 미션에 도전하며 발생하는 리얼한 상황이 재미의 포인트다.‘1박 2일’ 역시 강호동의 진행 멘트 정도 있고 모든 건 현장 상황에 맞춰 준비된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된다. ‘패밀리가 떴다’도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대본 유출로 논란이 됐지만 “대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제작진과 출연진이 해명한 것처럼 참고 사항일 뿐이다. 끊임없는 논란 구설수, 시청자 덫에 갇히나? 대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 받으면 받을수록 제작진의 부담은 커진다. 대본이 없으면 MC의 순발력, 재치, 캐릭터 등 스스로의 자질이 더욱 부각된다. 또 시청률 높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내용 전개, 결말로 이끌어가듯 예능 또한 시청자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한때 시청률 정말 높게 나오던 시절에는 ‘제작진이 만들고 싶은 무한도전’과 ‘시청자가 원하는 무한도전’ 사이에 딜레마가 존재했다.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색깔을 읽어버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1박 2일’ 나영석 PD 역시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 반응이 많이 신경 쓰인다. 시청률이 높을수록 피드백이 크고 빠르고 극단적이다. MC들은 오히려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터라 촬영장 분위기를 위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거나 티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방송 내용이나 기획 등이 아닌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구설에 올랐을 때 대처하는 건 어렵게 해명해도 나쁜 이미지는 남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강호동 욕설 사건 당시도 제작진은 “아닌 걸 아니까 대응을 자제했더니 오히려 대중들은 사실로 받아들이며 말이 부풀려지더라. 원본 파일을 올려 오해는 풀렸지만 해명해도 타격이 크다. 사실 촬영, 편집 등보다 이런 과정이 더욱 힘들다”고 털어놨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MC들이 자칫 방심하다가는 무심코 논란이 될 만 한 발언, 행동을 한다. 또 24시간 출연진을 따라다니는 카메라, 수백 개의 편집 테이프는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고스란히 방송을 탈 때도 있다. 시청자들은 점점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낸다. 이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 받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맹점이다. 제작진은 이런 소모전을 ‘인기의 그늘’이라고 생각하며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도를 넘은 관심과 논란이 출연진을 위축시켜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