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신기한 스윙을 또다시 자랑했다. 김현수(21. 두산)가 한층 노련한 배트 컨트롤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김현수는 22일(한국 시간) LA 다저 스타디움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WBC 4강 전에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1회초 무사 1,2루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30. 시애틀)의 5구 째 싱커를 그대로 밀어쳐 1타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직전 우익수 바비 어브레유(35. 뉴욕 양키스)의 실책에 확실히 편승하는 귀중한 선제 결승타였다. 특히 김현수의 타격은 바깥쪽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스윙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두산서 훈련했던 '장타 양산형 스윙'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지난 시즌 3할5푼7리(1위)로 타격왕 타이틀을 가져다 준 컨택 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타격이었다. 같은 시각 잠실 구장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경문 두산 감독 또한 "그 이후에 터진 추신수(27. 클리블랜드)의 스리런도 컸지만 (김)현수의 배팅도 뛰어났다. 정말 잘해줬다"라며 대표팀을 결승으로 이끈 김현수의 타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수는 2회서도 실바의 2구 째 서클 체인지업을 우중간 2루타로 연결한 뒤 김태균의 좌월 투런에 홈을 밟았고 4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6회 배트가 부러진 상황서도 우전 안타를 만드는 등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100% 출루를 자랑했다. 김현수가 더욱 대단한 것은 역할에 맞춰 팀이 원하는 스윙과 자기 스윙을 병용했다는 점이다. 추신수 합류 이전 한화와의 연습 경기서 3번 타자로 출장했던 김현수는 현재 WBC 대표팀서도 3번으로 경기에 출장 중이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서와 역할이 유사한, '타점형 3번'이 아닌 '연결형 3번'의 역할이다. 이용규(24. KIA), 정근우(27. SK) 등 테이블 세터 요원들이 출루한 덕택에 전 경기까지 3타점을 올렸던 김현수는 '홈런 싹쓸이'가 아닌 안타를 통해 김태균(27. 한화)-이대호(27. 롯데)에게도 찬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대표팀서의 내 임무는 홈런이 아닌 안타 양산"이라고 밝힌 김현수는 제 임무를 확실하게 소화하고 있다. '천재 타자' 김현수는 2006년 신고 선수 입단 후 엄청난 연습량을 자랑하며 자신의 타격 매커니즘을 확립시키는 동시에 기량을 고르게 발전시켰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자신에게 몰리는 스포트라이트에 손사래를 치던 김현수였으나 그의 활약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담겨 있다. 신일고 졸업반 시절 미지명 수모를 딛고 프로 무대를 밟았으나 2007시즌 초반, 지난해 SK와의 한국 시리즈서 득점 찬스를 번번이 무산시키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김현수. 역경 속에서 제 기량을 더욱 키워나간 그는 분명 한국 야구의 보물 중 한 명임에 틀림없다. farinelli@osen.co.kr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한국-베네수엘라 경기가 2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6회초 1사 김현수의 방망이가 목 부분에서 부러지며 유격수를 살짝 넘기는 안타가 되고 있다./로스앤젤레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