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는 제 몫을 다하며 팀에 공헌했다. 정현욱(31. 삼성)이 베네수엘라와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전서도 예의 묵직한 직구를 구사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 공헌했다. 정현욱은 22일(한국 시간) LA 다저 스타디움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WBC 4강 전서 8회말 대표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탈삼진 3개를 솎아내며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2 승리에 일조했다. 그가 구사한 최고 151km의 강속구는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외면하며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지난 시즌 보직을 가리지 않고 53경기에 등판해 10승 4패 11홀드 평균 자책점 3.40의 성적을 올리며 삼성의 주축 투수로 활약한 정현욱은 팀 승리가 필요한 순간 언제나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연민을 샀다. '정노예'라는, 다소 달갑지 않은 별명은 그의 맹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게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그는 꿋꿋했다. "관리를 받으면서 등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몸에 큰 이상은 없다"라고 밝힌 정현욱은 대회 개막 전에도 "뽑힌 것 만으로도 영광이다. 이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라며 훈훈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팬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대회 개막 이후였다. 하와이 전지훈련서 공인구 제구에 다소 어려움을 겪으며 바운드되는 공을 자주 보여줬던 정현욱은 대회 시기에 접어들자 '돌직구'를 뿌리며 3년 전 1회 대회 때의 오승환(27. 삼성)을 연상케했다. 리드 상황이 아닌 뒤지고 있는 상황서도 진화 작업에 나선 투수가 바로 정현욱이었고 그는 언제나 제 몫을 충실히 했다. 지난해 12월 득남의 기쁨 속에 1남 1녀의 아버지가 된 정현욱은 "식구가 늘어난 만큼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종 엔트리에 내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태극마크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제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눈빛에는 확실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다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에 힘을 쏟은 정현욱.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가의 '참 일꾼'이 된 그가 오는 24일 열리는 결승전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한국-베네수엘라 경기가 2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8회말 정현욱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로스앤젤레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