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4강 신화’를 이뤄내 ‘국민 감독’으로 추앙을 받았던 김인식(62.한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09년 세계야구팬을 열광케하고 있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신들린 듯한 용병술로 한국 대표팀을 4강을 넘어 결승전까지 이끌었다. 숙적 일본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트린 것은 물론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포진한 남미의 강호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연파하고 결승전에 선착했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투수 출신답게 한 수 높은 마운드 운영 등으로 상대를 투타에서 압도하는 지도력을 발휘, 이번 대회 참가국 사령탑 중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라 일본 감독은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물론 모든 면에서 위대한 감독”이라며 존경을 표할 정도였다. 이처럼 김인식 감독이 WBC 무대에서 최고 사령탑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이면에는 남다른 야구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평소 ‘야구보는 것을 낙으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는 시즌 중에 TV를 통해 빼놓지 않고 보는 김 감독의 일과이다. 홈경기 때 집에서는 물론이고 원정을 나갔을 때에도 숙소에서 오전에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한다. 그러니 미국 메이저리거들의 장단점을 속속히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은 준결승전을 앞두고 “베네수엘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TV를 통해 한 두 번씩은 봤음을 넌지시 밝혔다. 평소 메이저리그 경기를 꿰고 있던 김 감독이 베네수엘라 출신 빅리거들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베네수엘라전서 10-2로 완승을 거둔 후 인터뷰 때 베네수엘라 주축인 빅리거 선수들의 이름을 술술 풀어내 김 감독이 이미 이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음을 엿보였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김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경기도 많이 시청해서 알고 있다. 김 감독은 주로 이승엽 경기 위주로 일본 야구를 관전하고 다른 경기도 틈틈이 본다고 한다. 김 감독이 일본야구를 꿰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감독들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어 혼란을 겪는 반면 김인식 감독은 평소 쌓은 지식으로 '정답'을 술술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특유의 동물적인 승부사 기질로 임기응변에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들을 제압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야구 보는 낙으로 사신다. 김성근 SK 감독님이 한미일 야구를 다 보듯이 우리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라면 김성근 감독님은 데이터를 중시하는 반면 김인식 감독님은 데이터에 감을 가미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평소 파악한 장단점, 데이터, 임기응변 그리고 ‘믿음의 야구’까지 사령탑의 덕목을 모두 갖춘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이 결승전에서도 다시 한 번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