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쇼, 박명수 '거성쇼' 재탕될까
OSEN 기자
발행 2009.03.23 07: 47

MBC 주말 예능 '무한도전'의 메인 MC는 누가 뭐래도 유재석이다. 2인자를 자처하는 박명수가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번번이 진행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무한도전'은 박명수를 메인으로 앞세운 토크쇼 코너를 지금까지 두 번 선보였다. 지난 8일 방송에서 1년 6개월여만에 막을 올렸던 '거성쇼'는 박명수의 어눌한 말투와 막무가내 진행 때문에 게스트들이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벌이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이날 '거성쇼'의 숨겨진 묘미는 마치 KBS '박중훈쇼'의 재탕을 보는 듯한 '무한도전'식 패러디다. 톱 영화배우 박중훈이 MC로 나선 '박중훈쇼'는 정우성 장동건 김태희 등 다른 토크쇼에서 만나기 힘든 특급 게스트들을 계속 초대하고 있음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못하는 프로. 박중훈의 미숙한 진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컨셉 찾기에 열심인 '무한도전'은 방송국 구분없이 화제 프로그램들의 패러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재석을 비롯한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 등 '무한도전' 6인 멤버의 캐릭터 간 설정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는 것이다. '거성쇼'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를 게스트로 초정한 박명수는 유재석의 입을 틀어막은 채 토크쇼 전체를 기획하고 멤버들을 진두진휘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연신 호통만 치느라 바쁘고 제대로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어서 소녀시대의 빈축까지 사고만다. 이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크를 홀로 움켜쥐고 유재석 몰아내기에 급급한 박명수. 뜬금없고 서투른 대사로 우왕좌왕하는 '거성쇼'를 촌철살인으로 꼬집는 '무한도전' 특유의 자막이 바로 크게 웃는 포인트다. 결국 잠깐씩 마이크를 건네받는 유재석의 속사포 멘트가 터져나올 때마다 소녀시대의 환호는 이어지고 두 MC의 진행 솜씨는 선명하게 비교됐다. '거성쇼'에서 '무한도전'은 MC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토크쇼의 감칠 맛이 진국처럼 우러날수도 있고, 아니면 맹물 곰탕마냥 싱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짚었다. 박명수의 어눌함과 유재석의 노련함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서 그 진행 효과의 차이를 최대한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기 중심적으로 말을 이끄는 박명수와 게스트 입장에서 대화를 유도하는 유재석의 관점 차이도 드러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박명수의 진행 때 툭툭 끊기던 토크쇼의 흐름이 잠깐 유재석이 바통을 이어받을 때마다 시냇물 흐르 듯 매끈한 장면을 한 눈에 파악할수 있었다. 사실 박명수의 '거성쇼'는 최근 박중훈에게 쏟아졌던 문제점 지적들을 여과없이 묘사한 셈이다. 박중훈 자신이 최근 KBS 2TV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적인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든가, 진행이 미숙했다든가, 진행자로서 스튜디오가 처음이었다든가 등 미숙했던 점이 있었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했다. 방송 초반 예능 출연이 거의 없던 빅스타 모시기로 시청자 시선을 확 끌어잡는데 주력했던 '박중훈쇼'는 요즘 다양한 포맷 변화로 시청률 상승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AGB닐슨 조사결과 22일 방송분 전국 시청률은 5.8%로 웬만한 교양 프로에도 못미쳤다. 영화계 톱스타 박중훈이 그동안 각종 시상식과 행사 등에서 특유의 재치와 말솜씨로 좌중을 휘어잡은 사실을 생각하면 상상못할 일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결국 MC도 오랜 훈련이 필요하고, 특히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와 녹화전 사전 준비의 양에 따라서 매끄러운 진행 여부가 결정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때문이다. 박중훈이 초심으로 돌아가 '박중훈쇼'의 마이크를 잡을 때, '박중훈쇼'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mcgwire@osen.co.kr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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