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투구 및 타격 기술은 비슷한 수준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현대 야구에서 전력분석은 필수적이다. 전력분석원은 부지런히 상대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으고 선수들은 비디오 등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며 다음 대결을 준비한다. 제2회 WBC에서도 전력분석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한국야구 대표팀이 최종 관문인 결승전(24일 오전 10시)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그동안 우리 대표팀의 전력분석이 적중한 것도 호성적의 빼놓을 수 없는 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라이벌인 일본과 대만은 물론 2라운드 상대국인 멕시코, 쿠바 등의 전력 분석에도 힘을 쏟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인 유남호 전 KIA 감독과 김수길 전 한화 스카우트를 전력분석원이 일본, 대만 등을 돌아다니며 상대 대표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또 대회 기간 중에는 2라운드 상대국들이 예선을 치르는 멕시코로 날아가 전력분석에 힘썼다. 멕시코에서는 미국 LA에 상주하며 삼성 외국인 전담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문한씨도 가세, 현재까지 대표팀과 함께 생활하며 상대팀들 정보를 대표팀에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중인 대표팀 유일의 빅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도 2라운드에서부터 맞붙는 상대팀 빅리거들에 대한 정보를 동료들에게 전달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2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서는 추신수가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시애틀)에 대한 장단점을 팀동료들에게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실바가 싱커가 주무기로 어떻게 구사하는 지를 알려줬고 대처방안을 제시해 준 것이다. 상대 팀들도 한국 대표팀에 대한 전력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현미경 야구’의 대명사인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라운드 첫 대결서 ‘일본 킬러’로 명성을 날렸던 좌완 김광현(SK)을 철저히 분석해 무너트리는 등 한국 대표선수들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상대적으로 분석이 덜했던 봉중근(LG)에게 2번을 당한 것도 전력분석의 좋은 예이다. 2라운드 멕시코전 때는 국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중심타자로 활약중인 가르시아가 멕시코 대표로 나서 멕시코팀의‘스파이’ 노릇을 해 눈길을 끌었다. 나름 한국 대표 선수들에 관한 정보를 멕시코 동료들에게 제공, 멕시코도 신중하게 맞섰으나 한국의 파워에 밀려 무위에 그쳤다. 준결승전서 한국과 맞붙었으나 완패한 베네수엘라는 대거 포진한 빅리거들만 믿고 한국의 전력 분석을 게을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구를‘스몰볼’이라며 은근히 한 수 아래로 여기고 쉽게 덤벼들었다가 완파당하며 호되게 당했다. 일본 신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요미우리 간판타자인 라미레스가 “베네수엘라가 정보 수집과 분석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분개했다고 전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세계 야구는 ‘정보 전쟁’도 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현대 야구에서 ‘정보 전쟁’도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물론 전력분석이 승부의 전부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우선돼야 하고 전력분석정보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서로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대결할 때 조금의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기본 기량과 임기응변 등이 최상으로 발휘될 때 승리를 따낼 수 있다. 여기에 상대보다 더 잘된 전력분석이 가미되면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sun@osen.co.kr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에 대한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대승을 거둔 한국의 베네수엘라전 경기 장면. 김태균이 홈에서 슬라이딩으로 세이프가 되고 있다. /샌디에이고=김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