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외국관광객과 함께한 ‘점프’와 ‘난타’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외화벌이를 확실히 해낸 우리 공연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관광에 나서면 필수 코스로 찾는다는 ‘점프’와 ‘난타’ 공연장을 찾았다. 이곳이 한국임을 잊게 하는 독특한 극장 풍경 속에 세계인들로 가득한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국을 알리는 공연계 대표주자의 성공비결을 찾아봤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세계인들이 찾는 공연은 무엇이 다른가. ∎압도적인 ‘무술’+코믹한 ‘개그’… 세계인들이 웃고 가는 ‘점프’ 객석을 가득 채운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 지팡이 든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객석을 휘젓고 다니던 백발노인은 엉덩이를 실룩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무대로 향해 걸어간다. 객석은 독특한 할아버지의 우스꽝스런 몸짓에 한 바탕 소란스럽다. 외국인들은 실룩이는 할아버지 엉덩이를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손을 잡아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 계단에 오르는 할아버지의 엉덩이를 받쳐주기도 하고 다리를 접어 올려주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감사의 뜻으로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준다. 태권도와 무술을 활용해 힘찬 안무로 배우들이 등장한다. 무대에는 온 가족 무술 쇼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한 가지씩 자신만의 특기를 선보이면 개성 있는 가족들이 무언의 신체극을 펼친다. ‘무술’ 중심의 무대인만큼 극을 전개하는 초반에는 화려한 ‘무술 쇼’로 객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국인들은 단순히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고 ‘무술’ 시범과 함께 관객이 직접 무술을 배워보는 시간도 갖는다. 단순히 무술만을 보여주는 무대는 아니다. 극을 전개하는 드라마도 잊지 않았다. 시선을 집중 시킨 초반 무대에 이어 후반에는 드라마를 가미했다. 무술 가족들의 집에 두 명의 도둑이 침입한다. 도둑과의 대결로 무술은 더욱 화려하게, 가족 간의 화합은 코믹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전반적으로 잘 짜인 구성이다. 화려한 ‘무술’과 코믹한 웃음으로 부담 없이 다가온 무대는 단순하지만 재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소통되지 않는 언어의 벽을 넘어서고 세대 간 이해를 돕는 장치로 탁월한 설정이다. ∎맛있는 요리, 화려한 무대 기술…흥겨운 리듬의 ‘난타’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사물놀이에 익숙한 우리장단이 한데 어울려 신나게 흥을 돋운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장단의 리듬이 외국인들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올린다. ‘리듬’에 초점을 맞춘 ‘난타’ 역시 대사는 최소화 했다. 리듬을 타며 식당 주방에서 낼 수 있는 음악적 요소들은 총 동원했다. 쓰레기통을 두드리고 냄비와 냄비뚜껑을 부딪쳐 소리를 내기도 한다. 나무 도마 위에서 칼을 내리쳐 내는 소리는 화음을 이룬다. 한창 도구를 이용해 리듬을 타다가, 음식 재료들의 이름을 통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처음부터 드라마 구성에 따라 무대가 설정된 ‘난타’는 한국음식점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며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작품화 했다. 요리를 소재로 한 무대는 양파 당근 오이 양배추 등 실제 야채들을 직접 썰고 볶고 구워낸다. ‘리듬’과 함께 요리하는 무대는 객석을 가득채운 맛있는 냄새와 함께 재미를 더한다. 단순히 두드리고 때려서 리듬을 타는 것은 아니다. 철판구이에 불을 뿜어내는 ‘불 쇼’를 비롯해 나무 도마 위에 칼을 내려치며 ‘칼 쇼’는 웬만한 서커스에서나 볼만한 쇼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대사를 최소화 했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들의 에드리브 섞인 대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공연 자체가 웃기기 위한 가식적인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재미를 더한다. ‘무술’과 ‘리듬’을 중심으로 대사 한 마디 없이 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무대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열연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한시도 쉴 틈없이 빠른 템포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인 만큼 배우들은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리듬을 타서 흥으로 압도하고 서커스 같은 ‘무술’에 드라마를 가미한 동작들로 세계인과 교감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한국적인 두 작품은 억지스럽지 않게 ‘한국’을 소재로 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점프’는 한국적 태생인 무술의 동작들이 드라마에 스며들 수 있도록, ‘난타’는 우리가락의 리듬을 음악으로 살려내는 효과로 접근해 부담없이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점프’와 ‘난타’는 극의 구성이나 전개 형식이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즐기는 관광코스로 제격이다. jin@osen.co.kr ‘점프’(위)와 ‘난타’공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