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보단계 및 안전정보 고지 의무화
예멘 폭탄 테러로 인한 한국여행객 사망과 관련해 정부의 재외국민 안전관리에 또 다시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17시50분경(현지 시각) 예멘의 관광지인 시밤 지역 유적지에서는 알카에다 소속으로 밝혀진 자살폭탄테러범의 테러로 한국여행객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행객들이 전날(14일)에 이어 다음날 시밤 유적을 다시 보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테마세이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여행 일정은 크게 2번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일정 변경은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발생했다.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 해오던 테마세이투어는 예맨 현지로부터 이번 여행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마리부사막 지역에서 현지 베두인족 계파 간 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여행객들의 동의 끝에 출발 4일전 마리부사막의 일정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테마세이투어가 예맨이 위험지역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보도한 일부언론들의 논점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일정 변경은 4명의 여행객을 죽음으로 이끈 비극으로 이어진다. 테마세이투어 관계자는 “사고 당일, 시밤 유적 근처의 박물관을 관람하던 중 박물관에 걸린 시밤 유적의 사진을 본 여행객들이 일정을 변경해 다시 방문하기를 원했으며 세이윤 시내 관광 후 호텔로 돌아가는 원래의 일정을 원하는 여행객 3명을 제외한 13명이 시밤 유적을 다시 보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여행을 기획한 테마세이투어 측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테마세이투어 관계자는 “외교통상부의 여행 경보단계는 기준조차 애매모호하며, 그 내용도 국가에서 충분히 고지하고 있지 않다”며 “여행 자제 지역이라면 최소한 국적기 취항은 불허해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여행 유의, 여행 자제, 여행 제한, 여행 금지 등 4단계의 경보단계를 마련하고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한 대국민 홍보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이런 체계와 노력이 모두 강제성이 없는 권고 조치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예멘의 경우 ‘가급적 여행을 삼가고 긴급 용무가 아닌 경우 귀국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의 여행 제한국이기 때문에 정부 허가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 여행 금지국과 달리 여행객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각 지역의 안전 정보에 변화가 생길 시, 문화체육관광부, KATA, 한국관광공사 등 여행업 관련 19개 기관에 팩스 등으로 변동 사항을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본지 취재결과 이마저도 일부 대형여행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행사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여행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테러나 반정부 시위 등 치안에 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확인하고 있으나,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는 사안의 경우 경보 단계 변화를 바로 알기 힘들다”며 “지난해 태국 사태의 경우에도 관광청에서 공문을 보내온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J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이스라엘 사태의 경우에도 여행경보 상향 조정에 대한 내용을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만 했으며 오히려 이스라엘관광청으로부터 이스라엘 지역이 방송에 보도된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여행사가 여행객들에게 방문국의 경보단계 및 안전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본 회의 통과 후 현재 구체적인 하부 규칙을 마련 중”이라며 “방문국의 경보단계를 포함한 안전 정보를 여행객들에게 고지하지 않을 경우 경고, 수개월간의 영업 정지, 영업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개별 여행객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소지가 높다. 지난 2006년 출국신고서 제출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여행 제한국 입국 확인은 더욱 어려워졌으며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접속자 수는 해외여행객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 여행객들을 위해 항공권 발권 시 방문국의 안전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며 “인천공항, 지하철 및 시내 전광판 광고를 제작해 올 성수기부터는 안전 정보가 담긴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외교통상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 발효와 정부차원의 잇따른 방안들이 재외국민의 안전 예방에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여행미디어 기획취재팀] mac@tou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