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마지막 일본전은 '전쟁'이다. 설마설마 했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졌다. 한 대회에서 특정 국가와 5차례나 맞붙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그것도 상대가 영원한 적수인 일본이어서 야구팬들은 경기마다 오금을 절인다. 지금까지 2승2패. 마지막 대결은 결승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마지막 승부'에서 지면 김인식 감독이 내세웠던 한국야구의 '위대한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 더군다나 결승전 한-일전은 이전의 4차례 승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이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의 자존심 대결이자 보이지 않는 기 싸움 까지 더해져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본은 20일(이하 한국시간) 2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한국에 위협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선발 투수 우쓰미가 던진 공이 한국의 재간둥이 이용규의 머리를 강타했다. 컨트롤 좋은 우쓰미가 상대의 머리를 향해 빠른 직구를 던졌다는 것은 고의성이 다분했다. 비명을 지르고 쓰러진 이용규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우쓰미를 한 동안 노려봤다. 숙소로 돌아온 이용규는 "일본에 복수하겠다"고 어금니를 물었다. 우쓰미의 이용규에 대한 빈볼성 투구는 의도된 플레이였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으로선 한국의 키플레이어이자 득점의 첨병인 이용규의 기를 죽일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규는 타석에서 겁 없을 정도로 홈플레이이트에 바짝 다가서는가 하면 몸쪽으로 붙는 강속구가 들어와도 피하지 않을 만큼 강한 승부근성을 갖고 있다. 일본 입장에선 이용규의 악바리 같은 모습이 여간 껄끄럽지 않았을 법 하다. 일본의 '이용규 도발'은 한국 선수단 전체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국 선수들은 만일 결승전에서 일본이 또 다시 위협구를 던진다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경우에 따라선 한-일 양 팀 간에 살벌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한국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결승전에서 일본에 진다면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세계적 강호들을 물리치면서 불붙은 한국야구에 대한 재평가가 반감될 수도 있다. 24일 오전 10시 펼쳐지는 한-일전은 양국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야구전쟁'이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