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으면 살이 찐다? -여름철에 한약 먹으면 효과 없다? -임신 중에 한약 먹으면 안 된다? -한약은 간에 나쁜 영향을 준다? [건강칼럼]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한약을 처방하면 꼭 되돌아오는 질문들이 있다. "한약 먹으면 살찐다는데…" 하며 난감해 하는 여성들이다. 그 뿐이랴? 한약은 간에 나쁘다거나 여름철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배출돼 효과가 없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한다. 다름 아닌 일반인의 한약을 둘러싼 오해이거나 한약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어내서 하는 소리인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이는 한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오해일 뿐이다. 오늘은 일반인이 갖고 있는 한약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한의사로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큰 착각이 한약하면 주로 보약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약'하면 당연히 '힘을 세게 하거나 살찌게 하는 약'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개운치 않고 기운이 없을 때 보약으로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은 맞다. 생각컨대, 이렇게 원기를 회복시키고 신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보약처방은 서양의학에는 없고 한의학적으로만 가능하므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한약은 보약'의 등식이 성립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약 중에 보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몸에서 어떤 부분의 기능이나 성질, 구성요소 등에 대하여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제어하여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한방치료의 주 원리이다. 따라서 부족하여 생긴 질병은 보약으로 치료하고 반대로 기능이 항진되었거나 병사(病邪, 병을 일으키는 요인)가 과도해지면 이를 제어하거나 소진시키는 사약(瀉藥, 보약의 반대 개념)으로 병을 치료한다. 만성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인 경우는 대개 면역력이 약해서 치료, 회복이 잘 안되는 경우이므로 보약으로 면역력을 증강시켜야 치료회복이 빠르지만 급성질환 등 경우에 따라서는 병을 직접 공격해 원인을 제거하는 약도 많이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대다수 사람들은 한약의 효능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한약을 먹고 난 다음부터 살이 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체질 때문이지 한약 때문에 살이 찐 것은 아니다. 대개 살이 안찌는 사람들은 소화기능이 약하여 식욕이 적고 영양흡수도 부족하여 살이 안찌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이 한약을 복용하여 위장이 튼튼해지면 식욕도 좋아지고 소화흡수가 잘되므로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한약으로 인해 살이 불었다기 보다는 장기가 튼튼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한약 자체가 살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한약으로 직접 살을 찌게 할 수도 있고 살이 빠지게도 할 수 있다. 흔히 보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혈분(血分: 혈액, 영양물질 등을 총칭)을 보하는 보혈약은 살이 찔 수 있다. 옛날 잘 못 먹던 시절 우량아선발대회를 할 정도로 통통하게 살이 찐 아이들을 보기 좋아했던 때에는 일부러 이러한 보혈, 보음약재를 넣어주어 평소에 영양섭취가 부족하더라도 한약으로 살이 찌게 처방했던 시절도 있었다. 반면에 그 외의 보약은 살이 찌지 않으며 특히 보기약(기를 보하는 약)은 신진 대사율이 높아지고 에너지대사율이 증진되며 체지방연소율이 높아져서 비만해소에 많은 효과가 있다. 실제로 최근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높아서 인기가 좋은 한방 다이어트 프로그램 중에서는 식욕을 억제하고 대소변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처방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에너지대사율을 높여주는 보약처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한약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여름철에 한약을 먹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몸에 좋은 한약을 먹어도 땀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약효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것 역시 당치않은 소리다. 땀으로 약효가 빠져나갈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여름을 타는 사람이면 땀을 많이 흘려서 원기가 매우 허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한약으로 원기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보해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축 처지고 나른한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삼계탕을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밖에 임신 중에는 한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임신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독성이 있는 약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러나 한약은 몇몇 약재를 제외하고는 임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임신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하여 사용할 수 있는 처방들이 매우 많다. 특히 임신중 태동이 불안정한 사람이나 습관성 유산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면 반드시 한약을 복용하여 태아를 안정시켜야 한다. 대신 임신으로 인해 한약을 먹는 여성들은 한의사에게 반드시 임신 여부를 명백히 밝혀서 안전한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한약을 건강식품으로 여겨 습관적으로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다. 특히 인삼은 구하기 쉽고 약효가 검증된 만큼 비싼 건강식품처럼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인삼은 체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약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삼은 속이 찬 사람이 먹을 경우 비위 기능을 높여주고 냉한 체질을 덥게 해주지만 반면 속이 더운 사람이 먹으면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부작용이 일어난다. 따라서 감기 등 고열이 있는 사람에게 인삼을 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한약을 먹으면 간에 나쁜 영향을 준다거나, 사춘기에 보약을 먹으면 이성에 대한 생각이 강해진다는 것도 모두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간염치료에 있어서도 한약은 대단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데 이는 한약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면역력을 강하게 하여 우리몸의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자연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기때의 보약은 식물에 있어서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하여 성장을 촉진시키고 질병에 대한 면역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성장기일 수록 보약을 자주 복용시키는 것이 좋다. 끝으로 한약은 환자의 증세와 체질에 맞게 처방할 때 보약 효과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약을 지을 때에는 반드시 복용할 사람이 직접 한의원을 방문해 짓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글: 김양진 한의학 박사(신명한의원 원장겸 신명한방연구소 소장)] 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