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4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에 아쉽게 패배했다. 우승컵을 거머쥐는데 실패했으나 결승 진출을 이끈 4인방의 활약은 빛났다. 주인공은 봉중근(LG), 김태균(한화), 윤석민(KIA), 김현수(두산). 이들이 없었다면 한국이 결승전까지 올라올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봉중근, '대표팀의 신(新) 일본킬러' 지난 2006년 1회 대회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봉중근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광현(SK)의 부진 속에 봉중근의 맹활약은 '가뭄 뒤 단비' 격이었다. 그는 9일 일본과의 1라운드 두 번째 대결에서 5⅓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선발승은 신(新)일본킬러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 누리꾼들은 '의사 봉중근'이라는 애칭을 선사하기도 했다. 18일 일본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도 그의 위력투는 변함없었다. 봉중근은 5⅓이닝 3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두 번째 승리를 장식했다. 일본과의 마지막 승부에서도 4이닝 6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선전했다. ▲김태균, '김인식호의 만점 해결사'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요미우리)이 빠져 공격력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국제 무대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을 터트린 이승엽의 불참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영웅은 위기 속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김태균은 대표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이승엽의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특히 21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서 5-0으로 앞선 2회 1사 2루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의 초구를 받아쳐 좌월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리며 실바를 강판시켰다. 국내팬들에게는 '김별명'으로 통하는 김태균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으로부터 '슈퍼히터'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게 됐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김태균은 이번 대회를 통해 미국과 일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윤석민, '국민 어린이, 참 잘했어요' 선발이든 중간이든 척척. 윤석민은 대표팀 마운드의 보물이나 다름없다. 그는 1라운드 중국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한 뒤 2라운드 멕시코와 일본전에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김 감독은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 윤석민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대표팀의 필승 계투조로 활약했던 윤석민은 김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윤석민은 6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2실점 호투하며 결승 진출에 공헌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일품. 그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선발 통보를 받은 뒤 떨리지 않고 메이저리그 타자가 누군지 잘 몰라서 자신있었다"며 "박경완 선배의 리드대로 던졌고 몸쪽과 바깥쪽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과감하게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수, '국제 무대 평정한 타격 3관왕' 스무 한살 젊은 타자의 방망이는 세계무대에서도 통했다. 지난해 타율(.357)-최다 안타(168개)-출루율(.454) 1위를 차지한 김현수는 대표팀의 좌익수 겸 3번 타자로 활약하며 절정의 타격을 선보였다. 20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라운드 일본전에서 1회 좌익수 쪽 선제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김현수는 준결승전에서도 1회 무사 1,2루서 카를로스 실바의 싱커를 그대로 밀어쳐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린 뒤 6회 배트가 부러지는 상황 속에서도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어떠한 구질이든 자신만의 스윙으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그의 뛰어난 배트 컨트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밖에 중간불펜진의 핵으로 맹활약한 정현욱(삼성)과 마무리 임창용(야쿠르트) 등 투수진은 물론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3루수 이범호(한화) 등 타자들도 칭찬받을만 하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서 홈런포를 작렬, 유일한 메이저리거의 위력을 과시한 추신수(클리블랜드) 등 하나로 똘똘 뭉쳐 결승전까지 최선을 다해준 모든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의 주인공들이었다. what@osen.co.kr 봉중근-김태균-윤석민-김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