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그 상황에서 이치로와 굳이 승부를 해야 했을까.' 스포츠는 결과를 놓고 말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통한의 판단 미스라 할 만하다. 3-3인 연장 10회초. 한국은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6번 이범호의 좌전 적시타로 극적인 3-3 동점을 만들었다. 시종일관 일본에 끌려가던 경기가 마침내 한국쪽으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10회초 2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일본의 다음 타자는 1번 이치로. 이치로는 이 타석 전까지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의 성적을 떠나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교타자로 꼽힌다. 특히 공을 컨텍트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4번째 투수 임창용은 이치로를 상대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1루가 비어있는데다 다음 타자는 오른손인 나카지마여서 사이드암인 임창용으로선 굳이 이치로와 승부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연장전 한 점 승부였다. 임창용은 어찌된 일인지 볼카운트 2-2에서 한 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이치로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제구력이 안 돼 공이 가운데로 몰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상황은 이치로와 승부를 벌일 상황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냥 거르는 편이 상식적인 판단으로 보였다. 임창용이 이치로와 맞대결을 고집한 것은 한국 팀 배터리의 결정이라기보다 김인식 감독의 사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감독이 왜 거기서 이치로와 대결할 것을 주문했는지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더욱 이해 못할 점은 2점을 빼앗긴 뒤 계속된 2사 2,3루에서 3번 아오키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그것도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한-일전 10회 연장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