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한 신인 여배우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며칠이 지나자 그녀가 남긴 문건의 존재가 알려지며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우울증이 가져온 단순 자살로 처리될 뻔 했던 이 사건의 뒷면에는 연예계의 어두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출연료의 20%만 신인배우에게 돌아갔으며 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술접대와 성상납까지 강요받아야 했던 나약한 여배우는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끔찍한 현실을 벗어났다.
신인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노예 계약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들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많은 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톱스타를 소위 말하는 ‘간판’으로 내세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야만 다른 연예인들과의 계약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인데, 톱스타의 수입의 10%만 기획사에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여기에다 차량이나 매니저, 부수적인 활동지원비 등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기획사는 적자일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충당해주는 것이 바로 신인 연예인과의 ‘노예 계약’이라고 한다.
‘뜨기 위해서’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해야 하는 불공정 계약이 적지 않다. 때문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의 불공정 계약의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 본의의 동의 없는 계약 이전, 무상출연 강요, 비정적인 장기 계약 등의 내용에는 시정조치를 할 예정으로, 지난해 조사를 받았던 10대 연예기획사를 제외한 11~30위의 엔터테인먼트가 그 대상이다.
남호영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와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상반기 중으로 표준 계약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 연예기획사들의 숫자도 상당한 만큼 이른 바 ‘노예 계약’으로 고통 받고 있는 스타 지망생들의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계약에 앞서 부당한 내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