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일본에 너무 많은 선물을 안겨준 '사인미스'
OSEN 기자
발행 2009.03.25 08: 52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3월 24일 펼쳐진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연장 10회초 결정적인 사인미스가 일본에 너무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낳았지만 그냥 잊어버리기엔 아쉬움이 너무 진하다. 연장 10회초 2사 2, 3루에서 "유인해서 안되면 걸리라"는 사인이 임창용에게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임창용이 실투라고 표현했지만 볼카운트 2-2에서 밋밋한 변화구가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스즈키 이치로(35. 시애틀)는 가볍게 방망이를 돌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이 사인미스는 한국과 일본의 야구사에 극명하게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이치로는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극심한 부진으로 전범 취급까지 받았던 이치로는 WBC 2연패의 최고의 수훈갑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두 이치로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도 "이치로의 결승타 장면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치로는 "마지막 순간 신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 말속에는 행운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벤치와 임창용-강민호 사이의 소통이 문제가 생겼고 사인미스라는 뼈아픈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포수가 일어나 고의볼넷을 내보내지 않은 게 후회된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이 더욱 아쉽게 들리는 이유이다. 이치로의 일타와 함께 일본은 5-3으로 한국을 꺾고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을 꺾은 감격까지 더해져 일본은 축제분위기이다. 주가가 들썩거릴 정도로 일본열도는 흥분상태에 빠져있다. 하라 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1회 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오사다하루 감독에 이어 스타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라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베이징 노메달 굴욕 덕택에 어부지리로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에게 연패를 당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결승전 9회말 이범호에게 동점타를 맞고 쓴웃음을 지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이치로의 한 방으로 그는 세계최고의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야구가 한국야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 일본은 도쿄 1라운드에서 콜드승을 했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 완패했다. 2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는 일본이 승리해 2승2패 동률을 이루었다. 그만큼 결승전의 결과는 중요했다. 경기 내용면에서는 일본이 이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결과는 한국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일본은 한국만 만나면 지레 긴장하고 겁을 먹었다. 이날 사인미스로 인해 한국은 패했고 일본은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에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앞으로 두 나라의 진검승부는 2013년 WBC 3회 대회에서야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종목이 제외됐다. 아시안게임은 일본의 프로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정한 한-일 대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분투 끝에 패한 결승전의 사인미스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듯 하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