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놓은 김인식(62) 감독이 특유의 채찍과 당근식 화법이 가미된 인터뷰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평소 유머러스함 속에서도 직선적인 화법으로 무거운 주제도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누가 들어도 뼈가 있는 말이지만 정작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는 재능을 지녔다. 선수들에게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따끔한 질타를 가하지만 그에 상응할 정도의 칭찬도 함께 곁들인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이는 곧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김 감독 특유의 화법은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그 결과가 좋게 나와 잘했구나 했지만 마지막에 너무 아쉬웠다. 이왕이면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서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아 지긴했지만 고의사구로 확실하게 이치로를 보내지 못한 것이 나중에 후회되더라. 결과는 다음타자 나카지마가 안타를 쳤을지 투수 땅볼을 쳤을지 몰라도 결과는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아 졌다는 것이다. 분해서 한잠도 자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과를 순순이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을 애써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또 그는 결승전에 대해 "지고 이런 말을 하면 우습다"고 전제하면서도 주심이 전부 얕은 볼을 줬다. 메이저리그 심판 중 가장 못보는 심판같더라. 일본 선발 이와쿠마의 얕은 슬라이더를 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다. 선수들도 제스처를 취했다"고 말해 강한 승부욕을 통해 타자들을 슬며시 감싸 않았다. 그러나 "저 역시 배웠다. 확실한 것 선수에게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도자의 문제로 느껴진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아직 젊다. 3회 대회에서는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죄송하다"며 경기결과를 인정했다.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서도 냉정함과 긍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내렸다. "아직 모자란 것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파워면에서도 나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선수들은 가진 기량의 100% 이상을 발휘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월등히 앞선다고 본다.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나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볼을 보는 습관이다. 선구안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리 선수에게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단순히 대표팀에 대한 화제로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1년 평균 홈런이나 타율을 볼 때 일본이 그런 선수들을 선택한 이유가 다 있다"고 일본팀을 인정한 뒤 "단기전 승부에서는 우리 선수가 탁월하다. 특히 선구안은 천부적이다. 이는 금방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릴 때 가르친 아마 지도자에게도 고맙다. 선수들 대부분이 몸에 익었다"고 한국 아마야구에 대한 위상까지 높여놓았다. 이어 김 감독은 "외신이 '왜 한국 선수는 메이저리거가 없나'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일본은 한국 선수들에게 손짓을 많이 할 것"이라고 선수들의 수준을 한껏 높이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