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톱 게스트 아닌 MC가 좌우한다
OSEN 기자
발행 2009.03.27 11: 0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말도 많고 탈도 많던 KBS 2TV 일요일 늦은 밤의 '박중훈쇼'가 결국 막을 내렸다.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폐지다. 충무로의 재간둥이 박중훈을 MC로 내세웠고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등 TV 예능 출연을 꺼려하던 톱스타들을 차례로 게스트로 앉혔지만 실패로 끝났다. 무슨 이유일까. 가장 먼저 진행의 미숙함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박중훈쇼'가 첫 방송부터 차례로 초대한 게스트 명단은 너무 화려해서 빛이 날 정도였으니 섭외의 문제는 아닌 게 확실했다. 진행자는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 톱스타이자 각종 영화제 등에서 재담과 재치로 빛을 낸 박중훈. 그러나 정작 토크쇼로 합체된 두 요소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기만 했고 시청자 반응은 차가웠다.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 부분은 원톱 MC 박중훈의 게스트 친화적 질문 및 답변들과 톡톡 끊기는 듯한 느낌의 대사였다. 박중훈의 직접 섭외로 토크쇼에 출연한 후배이자 동료 톱스타에게 '무릎팍 도사' 강호동 식의 날 선 질문은 애시당초 불가능했고, '놀러와' 유재석 김원희처럼 감칠 맛나는 가십성 대화가 이어지기도 힘들었다. 결국 기대와 달리 '박중훈쇼'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 중반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4월19일 방송을 끝으로 조기 종영을 예고했다. KBS 측은 "봄 개편에 앞서 '박중훈쇼'의 포맷을 박중훈씨 옆에 보조 MC를 서너명 추가하는 정도로 일부 바꿀 계획이었으나 박씨가 자진 하차를 고사했다"고 폐지 사유를 밝혔다. 본격적인 TV 토크쇼 진행이 처음이었던 박중훈은 MC 부업에서의 퇴각 시기만큼은 잘 잡은 셈이다. 곧잘 무대에 올라 객석을 웃기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연예계에 두터운 인맥을 갖추고 있어 자신의 이름을 딴 심야 토크쇼까지 맡게됐지만 MC로서의 경험 부족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일인 토크쇼로 큰 성공을 거둔 연예인은 고 이주일과 미국 출신 자니윤을 비롯해 몇 명에 불과하다. 일인 토크쇼의 진행자 비중이 얼마나 높은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 톱 MC로 주목받는 유재석과 강호동도 일인 토크쇼에 특화됐다고 보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유재석이 '놀러와' '해피투게더' 등을 통해 단독 MC의 충분한 자질을 인정받았지만 강호동은 마땅한 실적이 없을 정도다. 원맨 토크쇼의 MC는 자신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게스트와 자기 집 안방에서 얘기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왕년 미국의 자니 카슨이나 바통을 이어받은 데이비드 레터맨처럼 본인 자신이 뛰어난 유머감각을 겸비해야 금상첨화다. 이렇듯 1인 토크쇼의 성패여부는 전적으로 메인 MC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MC석에 앉은 박중훈은 그 자신조차 불편해 보였고 대화할 때의 표정과 말투는 굳어있기 일쑤였다. 결론적으로 인 토크쇼에서 가장 중요한 것? 어떤 게스트를 모시느냐가 아니고 누가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그런 능력을 구비한 MC를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돈 잘버는 연예인으로 등극하는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cgwire@osen.co.kr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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