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고 마음을 비우는 각오로 지휘하라". WBC 2연패를 달성한 하라 다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의 입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수상에게 지도자의 통치술을 한 수 전수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언론매체의 요구였지만 하라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라 감독은 지난 27일 수상관저를 방문 아소 다로(68) 일본수상을 예방했다. WBC 우승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아소 수상은 "잘했다. 안좋은 뉴스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뭔가를 해주었다"며 격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국대표팀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행한 격려사와 비슷했다. 그런데 일본의 언론매체들은 더욱 짖궃었다. 면담 직후 수상관저를 떠나는 하라감독에게 요즘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아소 수상에게 한 수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소 수상은 최근 지지율이 2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신망을 잃고 있다. 하라 감독은 야구와 정치는 다르다면서도 "WBC 감독직을 요청받았을 때 인내하고 마음을 비운다는 각오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부진했던 스즈키 이치로를 바꾸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 결승전 결승타를 이끌어냈던 것 처럼 인내하라는 훈수이다. 하라 감독은 수상관저를 나온 뒤 요미우리 감독으로 복귀, 이날 개최된 선수단 격려회에 참석해 "리그 3연패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언론들은 하라감독이 품격이 달라져서 돌아왔다며 찬양 일색이다. 그야말로 총리에게 한 수 가르쳐줄 정도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하라감독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