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탄생한지 만으로 10년을 맞이했다. 이제 e스포츠는 다른 프로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기를 누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황제' 임요환을 비롯해 홍진호 박정석 강민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송병구 김택용 이제동 등 샛별같은 스타들이 그 족적을 남겼고, 지금도 그들의 발자취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e스포츠 챔피언 출신들을 모아둔 대회 하나가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역대 개인리그 우승자 출신인 올드게이머들을 모아 e스포츠의 탄생과 이제까지 지나온 역사를 기리자는 의미의 대회였다. 하지만 이 대회를 보면서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대한 씁쓸함은 떨칠 수 없다. 이제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 놓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제 살 깎아먹는 형국으로 까지 비치고 있다. 시장 발전 보다는 시장 축소의 주범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프로스포츠의 골간은 흥행이다. 흥행의 열쇠는 그 상품인 선수와 그들이 있는 선수단(물론 선수를 은퇴한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관중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관중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e스포츠를 시청하고 선수들에 호응해주는 팬들도 포함한다. 아직 e스포츠에서 직접적인 수익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은 모두 e스포츠의 잠재적인 고객이다. 잠재적인 고객을 늘려도 개운치 않은 마당에 큰 그림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혈안이 돼 거시적인 시장 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오는 29일 곰TV가 개최하는 클래식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클래식은 지난 시즌 국내 최고동시 접속자 4만 4000명을 기록했고, 해외에서도 2만 1000명이 생방송으로 시즌2의 결승전을 지켜 봐 명실상부하게 국내 정상의 스타크래프트 리그로 성장했다. 총상금도 1억 원이 넘지만 클래식은 아쉽게 공식대회가 아닌 공인대회다. 공인대회도 지난 시즌 가까스로 따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시장 논리가 작용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인대회 자격을 획득했다. 세번째 시즌을 맞이한 클래식의 이번 대회 대진을 보면 묘한 점 한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전대회 우승자인 김택용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클래식은 참가팀이 8개로 줄었다. 지난 시즌 불참 팀이었던 양대 게임 방송국 팀과 IEG가 운영하는 이스트로 외에 협회장사인 SK텔레콤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팀들의 거부 반응을 두고 한국e스포츠협회 최원제 총장은 "협회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번 불참의 배경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바로 e스포츠 발전에 저해한다는 논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 하나가 더 생겨서 선수단에 무리를 준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내세운 것이다. 즉 앞으로 모든 대회에 대해 단체행동으로 움직이자는 취지를 발의해 4개팀 불참의 배경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참가하는 8개팀은 무리가 없는 것일까. 설령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타급 선수들이 아닌 팀 내 비주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팬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참가하는 것이다. e스포츠를 발전시키고 나아가야 할 한국e스포츠협회가 앞장 서서 돈을 들여서 리그를 만들겠다고 하는 곳의 의지를 꺾고 있는 형국이다. 전체적으로 판을 끌고 나가야 할 협회가 일부 기업의 '앞잡이'로 전락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기업간의 경쟁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로간의 논의를 끌어내야 할 협회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럴싸하지도 않고 e스포츠를 살린다는 의지는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다.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러 강산이 한 번 바뀌었지만 e스포츠협회는 일부 기업들의 텃밭지키기에 급급하지 중장기적인 계획은 내 놓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09년 들어 야심차게 발표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도 아직 리그 전이라 그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앞으로 협회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새롭게 나올 스타크래프트2에도 대비해야 하고 국산 e스포츠 발전도 해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로 밥그릇 지키기는 시장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하고 판을 키워 e스포츠 중흥에 앞장서야 한다. 경쟁사가 하나 늘어난다는 생각보다는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는 생각으로 나가야지 같이 살 수 있다. 지금 같은 '밥 그릇 지키기' 결국 판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제 협회는 팔소매를 걷어붙여서 e스포츠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