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장 두 펜스, LG 두산 '홈런 경쟁'
OSEN 기자
발행 2009.03.28 09: 18

[OSEN=김대호 객원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잠실구장을 두산과 함께 쓰고 있는 LG는 27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앞당겨진 펜스를 선보였다. LG는 올 시즌 잠실구장의 펜스까지 거리를 줄였다. 가운데가 기존 125m에서 121m로 4m 짧아졌고, 펜스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아졌다. 두산은 예전 그대로의 펜스를 사용한다. 관심은 호쾌한 야구를 지향하는 LG의 희망이 펜스거리 축소로 이뤄질까 하는 점이다. 또한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의 홈런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김재박 LG 감독은 LG 선수들이 '홈런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해 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유난히 많았다는 자체 분석 결과다. LG는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아직 홈런왕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요인이 크다. 또한 라이벌 두산과의 홈런경쟁에서도 밀려온 것이 사실이다. 두산에서는 1995년 김상호(25개), 1998년 우즈(42개) 등 두 명의 홈런왕이 탄생했다 . LG는 지난 해 팀 홈런 66개로 68개의 두산에 2개 차로 뒤졌다. 이 가운데 잠실구장 홈런을 살펴보면 31개로 두산의 37개에 6개 뒤진다. 홈구장 홈런수가 그 만큼 적다는 것이다. 팀 통산 홈런 수에서도 LG는 2,086개로 2,114개의 두산에 뒤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LG는 팀 홈런 수에서 두산에 뒤처지다 2003년부터 3년 연속 100개 이상을 날리며 역전을 시켰다. 그러나 2005년 105개에서 2006년 81개, 2007년 78개, 2008년 66개로 해마다 홈런 수가 줄어들고 있다. 두산 역시 2002년 130개의 팀 홈런을 기록한 이후 지난 해까지 6년 동안 세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잠실구장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두산 김동주로 11개다. LG에선 조인성으로 7개다. 이밖에 두산에선 김현수가 7개, 고영민과 채상병이 4개를 기록했으며, LG에선 박경수가 6개, 페타지니가 5개, 최동수가 4개의 잠실구장 홈런을 날렸다. 올 시즌엔 어떤 결과를 낳을까. 김재박 LG 감독은 팀 홈런수가 최소한 15개 이상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펜스거리 축소와 함께 타자들의 배팅 매카니즘도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경문 두산 감독은 펜스까지 거리와 팀 홈런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잠실구장에서 10개의 홈런을 날리는 선수가 대구나 광주에 간다고 해서 20개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에 대한 근거로 두산이나 LG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된 뒤 홈런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LG의 펜스거리 축소는 대단한 모험이다. 잠실구장을 두산과 나눠 쓰고 있기 때문이다. LG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잠실구장을 찾는 LG팬들은 그 동안 목말라 왔던 호쾌한 야구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남 좋은 일만 시켜준다면 그 데미지는 두 배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부터 LG의 홈경기때만 앞당겨지는 잠실구장 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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