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주포 김연경이 2경기 연속 건재함을 과시했고, 충수염 수술 이후 주춤거리던 외국인 선수 카리나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흥국생명이 지난 28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NH농협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서 투 톱 김연경과 카리나가 각각 23득점과 22득점을 올리며 KT&G에 짜릿한 3-1(16-25 25-22 25-13 25-18)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난 1월 4라운드 서울 중립경기 초반 카리나가 충수염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겁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 때를 돌아보면 놀랍게 전력을 추스린 모습이었다. 1차전서 40득점을 올린 해결사 김연경이 1세트 초반 부진했지만 세트가 거듭될수록 정상 컨디션을 찾으며 승리를 조율했다. 카리나도 점점 탄력이 붙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즌 전만 해도 흥국생명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우승후보였다. 국내 최고 공격수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 카리나, 황연주가 포진한 흥국생명의 공격 진용은 단연 최강이었다. 공격 뿐만 아니라 리베로 조상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수비 또한 일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황현주 감독이 전격 경질됐고, 후임 이승현 감독도 성진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면서 겁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다. 매우 유기적이던 조직력은 빈 틈 투성이로 허물어졌다. 선수들도 부진의 원인을 찾지 못했고, 코칭스태프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내리막의 가속도는 더해졌다. 위기의 순간 신임 어창선 감독대행이 흥국생명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어 대행은 기존 김연경-카리나 일변도의 공격에서 작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레프트에 위치한 카리나를 라이트로 전환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카리나가 살아나자 김연경도 덩달아 살아났고,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도 극대화되며 어렵게 예상되던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마무리지었다. 분위기를 다시 탄 흥국생명. 여자 최고 거포 김연경과 카리나의 부활에 이어 팀워크까지 살아난 흥국생명은 이제 다시 강력한 우승후보가 됐다.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