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이 앉으니 역시 다르네".
SK 김성근(67)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포수 박경완(37)의 복귀에 대해 반가움을 표시했다. 무엇보다 시원치 않아 보였던 외국인 투수들의 호투를 박경완의 공으로 돌려세웠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가진 두산과 시범경기를 마친 후 "역시 박경완"이라며 "박경완이 앉으니 용병들이 좋아졌다"고 반색했다.
이날 SK는 1-3으로 역전패했다. 1회 박정권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이후 WBC 멤버 김현수에게 동점솔로포를 허용했고 수비실책과 희생플라이를 내줘 경기를 내줬다. SK는 3연패. 그러나 김 감독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았다.
SK는 크리스 니코스키와 마이크 존슨 두 명의 용병만으로 이날 경기를 치렀다. 선발 니코스키는 5이닝 동안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사구로 무실점했다. 19타자를 맞았고 총투구수는 76개였다. 존슨은 4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으로 3실점(1자책)해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 등판 때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투구 모습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두 명의 용병 투수에 대해 "선발로 써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고민스럽다"며 전격 교체까지도 은근히 염두에 두고 있던 김 감독이었다.
니코스키는 지난 15일 광주 KIA전과 지난 21일 문학 삼성전에 각각 선발로 나왔다. 그러나 각각 4⅓이닝 5실점,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김 감독은 지난 24일 문학 히어로즈전에 중간계투로 투입하기까지 했다.
상황에 맞춰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으로 투구폼을 변형할 수 있는 장점은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는 그런 장점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우타자와 좌타자에게 모두 약한 모습이었다.
존슨도 마찬가지. WBC 캐나다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존슨은 지난 20일 문학 LG전에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5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으로 3실점하며 부진했다. 지난 24일 문학 히어로즈전에 니코스키와 함께 중간계투로 투입됐지만 역시 2이닝 1피안타 1실점(비자책)했다.
김 감독은 "니코스키는 박경완과 배터리를 이루고 나자 구위가 살아났다. 역시 박경완이 앉으니 다르다"며 "구위는 종전이랑 다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박경완의 볼배합이 더해지자 위력을 되찾았다"고 평했다.
컨트롤과 다양한 구질로 승부를 거는 타입인 존슨은 이날 비록 홈런을 맞는 등 3실점했다. 하지만 1자책점에서 보여주듯 조금씩 지난해 대만리그 20승 2패의 위력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컨트롤이 차차 안정을 찾으면서 박경완의 볼배합으로 위력이 배가 되고 있다.
국내 최고 볼배합을 가진 포수로 인정받은 박경완은 이번 WBC를 통해 세계적인 안방마님으로 통했다. 1라운드에서 2-14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안긴 일본에게 이틀 후에는 1-0의 영봉패를 안겨준 일등공신이었다. 2라운드에서는 멕시코, 준결승에서는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국가에 패배를 안겼다.
결승전에서는 끝까지 경기를 지키지 못한 채 우승을 일본에 넘겨야 했지만 박경완의 투수리드는 상대국 감독, 현지 해설자, 동료 투수들로부터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박경완의 SK 컴백은 들쑥날쑥하던 용병투수는 물론 코칭스태프에까지 빠르게 안정감을 심어주고 있다. 과연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안방마님' 박경완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지. 이제 이번 주말인 4월 4일 시즌 개막전이면 가감없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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