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중국, 혼란스런 중국, 그리고 문화 로망 ‘디에(蝶)’
OSEN 기자
발행 2009.03.31 09: 16

[리뷰] 중국뮤지컬 ‘디에(蝶)’ 세계 뮤지컬 대열에 합류하려는 초대형 중국뮤지컬이 한국무대에 올랐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프랑스뮤지컬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의 공간 속에 독특한 사랑이야기로 다가왔다. 중국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와 무대효과는 세계 뮤지컬 속에 혼란스런 중국 문화의 로망을 담아내고 있었다.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무대와 음악이 펼쳐졌다. 웅장한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독특한 의상의 군무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문화를 대표해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를 뽐내는 초대형 뮤지컬은 중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LED영상과 무대 구조물들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나비와 인간의 중간자로 ‘나비 인간’이 존재한다는 중국 4대 설화인 ‘양축설화’를 소재로 한 ‘디에(蝶)’는 ‘나비의 슬픈 영혼’이라는 애절함을 뮤지컬에 담아내려했다. 하지만 독창적인 중국 설화는 뮤지컬로 만들어지며 방향을 잃었고 중국 설화가 익숙하지 않는 한국 관객들에게 중국어로 펼쳐진 무대만큼이나 어색한 문화의 접근이었다. 중국문화의 색은 짙다. 4대 문명의 발생지로 시작되는 중국의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적 역량은 거대한 땅 덩어리 만큼이나 뿌리 깊은 민족의 색채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내세운 뮤지컬 ‘디에(蝶)’는 유럽뮤지컬 연출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질 마으(Gilles Maheu)의 짙은 색채로 중국만의 강렬한 색감을 잃게 했다. 중국 설화를 소재로 한 ‘디에(蝶)’는 중국의 역사성이나 민족성, 전통성이 담긴 설화의 스토리로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단지,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뮤지컬 무대에 소재로 활용한 정도에 그쳤다. 배경이 되는 무대 역시 시-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의 공간으로 연출돼 화려한 연출의 소재로 활용됐다. 영상의 효과나 거대 장치로 꾸며놓은 무대는 세계로 거듭나는 중국 뮤지컬의 강력한 무기가 되지는 못했다. ∎ 배우들의 연기…짙은 음색, 높은 음역의 음악성-액션은 크게-표현은 섬세하게 하지만 중국뮤지컬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디에(蝶)’의 가장 큰 무기는 배우들의 기량에 있었다. 한국관객들은 세계적인 연출가의 무대가 아닌, 중국 배우들의 기량에 감탄했다. 놀라울 만큼 높은 음역을 소화해낸 배우들은 언어적 소통의 부재에서도 감탄스런 찬사를 받았다. 게다가 감정을 실어낸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냈다. 음악적 감수성을 최대로, 표현은 섬세하게, 동작은 크게 무대를 채워갔다. 배우들의 기량은 대단했다. 하지만 작품 전반에 소통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국뮤지컬 ‘디에(蝶)’의 혼란은 세계로 향하는 뮤지컬이 넘어서야 하는 방향성의 문제가 된다. 세계적인 제작진이 협력해 만들어가는 창작뮤지컬의 공통적인 혼란일 수도 있다. 현대적, 세계적인 흐름 속에 자국의 짙은 색깔을 담아내는 데의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적이고 한국적인 민족문화를 최대한 반영해 세계적인 작품으로 완성하려는 노력에서 빚어지는 충돌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화의 공통분모는 한계를 뛰어넘는 소통이지 않을까. 한국을 찾은 중국뮤지컬은 동양적 문화소통으로도 쉽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jin@osen.co.kr 중국뮤지컬 ‘디에(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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