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TV들에게 국내 스포츠는 ‘봉’인가
OSEN 기자
발행 2009.04.01 08: 18

해외에 퍼다 주는 바람에 본 ‘적자’를 국내스포츠에서 만회하려는 것일까. 올림픽과 세계대회 등 국제무대에서 잇단 승전보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던 한국 프로야구가 대망의 2009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위선양에 앞장섰던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복귀,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야구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개막 초반 국내 프로야구 팬들은 TV를 통해서는 경기를 관전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게 될지도 모르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국내 프로야구를 중계했던 4개 스포츠케이블 방송사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판매 대행회사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중계권료에서 차이를 보이며 줄다리기 중이다. 방송사는 어려운 경제환경을 들어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액수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대행사측은 소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방송사측은 대행사측에서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는 설까지 내세우고 있지만 대행사와 KBO측에서는 ‘말도 안된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양측이 원만하게 협상을 타결짓고 개막전부터 잘 중계가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양측 협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답답해하고 있다. 2009년까지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대행사인 에이클라는 4개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사들에게 작년 16억원에서 1억원 오른 17억원을 올 시즌 중계권료로 각사들에게 요구했다. 이에 맞서 방송사들은 작년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액수를 제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행사측에서는 4개 스포츠방송사들이 담합해서 중계권료를 깎으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전문이 아닌 다른 케이블 방송사들과 접촉하며 중계방송사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시즌 작년보다 5억원 오른 금액을 중계권료로 KBO에 지불해야 하는 대행사측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후문이다. 방송사와 대행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들의 이중적인 행태가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사들은 해외스포츠 중계권을 사는 데에는 경쟁적으로 나서 비싼 값을 주면서 국내 스포츠에는 ‘짠돌이’로 나서서 헐값에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스포츠전문 TV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활약으로 인기가 높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한 해 100억원 안팎을 주고 사왔다는 설이 파다하고 어떤 방송사는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이 뛰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을 50억원씩이나 들여서 사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골프전문 케이블방송사들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중계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다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기도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처럼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사들은 해외 인기스포츠 중계권을 사는 데에는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그 비용이 계약 당시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대부분 지상파 방송사들을 모회사로 끼고 있는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로 국내 스포츠 발전보다는 자사 이익만을 너무 앞세우는 것 같다. 해외스포츠 판권으로 손해본 부분을 프로야구를 비롯한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깎아서 만회하고 있다”면서 “지난 해 한 케이블방송사는 프로야구중계로 수십억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안다. 차제에 자체 중계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야구팬들은 양측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져 시즌 개막부터 TV로도 프로야구를 즐기기를 바라고 있다. 그라운드를 직접 찾지 못해도 안방에서 TV로 야구를 즐길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sun@osen.co.kr 지난 달 30일 올 시즌 출정식으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8개 구단 감독과 대표선수, 그리고 신인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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