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개혁 움직임이 신속하고 민첩하게 진행되고 있다. KBO는 지난 달 30일부터 유영구 총재의 지시로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회계감사와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1981년 출범 이후 KBO가 자진해서 외부 감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유 총재는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KBO의 인적 및 조직 개편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총재가 KBO의 전면적인 쇄신작업에 서둘러 나선 것은 지금이야말로 KBO의 개혁을 통해 한국 야구발전의 전환점을 맞을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나기 무섭게 외부 감사를 실시했다는 점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유영구 총재가 취임 전부터 KBO를 둘러싼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처럼 발 빠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영구 총재의 개혁 의지는 분명하다.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KBO가 중심을 잡고 돔구장 건설과 지방 구장 신축, 각종 제도 개선 그리고 수익 증대 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KBO 스스로 합리적인 경영이 선결과제다. KBO가 투명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선 유 총재가 주장한 '비지니스 마인드 도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유 총재는 외부 감사를 통해 KBO의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전환한 뒤 이사회(8개 구단)에 넘겨줬던 예산 집행권을 돌려받을 계획이다. 그래야 KBO가 앞장 서 개혁적인 각종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신상우 총재-하일성 사무총장 체제였던 2007년 KBO는 파산한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이 지체되는 바람에 금쪽같은 야구기금 130억여 원을 모두 썼다. 야구인들의 땀과 희망이 담겨 있는 기금이 소진돼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뒤 KBO의 방만하고 무계획적인 경영은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KBO 예산집행을 8개 구단 이사회에서 가져가게 된 것이다. 현재 KBO는 모든 수입을 8개 구단에 분배한 뒤 회원사가 갹출하는 회비를 1년에 두 차례 받아 운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프로야구의 산실이자 축이 되어야 할 KBO는 구단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구단에 족쇄가 걸린 KBO는 수익을 창출하는 신규 사업에 눈을 돌릴 수가 없다. KBO와 구단은 태생적으로 그 추구하는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KBO는 그야말로 한국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집단이다. 반면 각 구단은 자기 팀의 성적과 수익증대에 전력을 쏟는다. 프로야구 발전은 그 다음 과제다. KBO가 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지금 국가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돔구장 건설과 지방 구장 신축, 이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은 KBO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각종 마케팅 사업을 벌여 프로야구 파이를 확대시키는 일도 KBO 임무다. 유영구 총재의 KBO 쇄신 작업은 야구인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KBO를 거쳐 간 많은 총재들은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청사진을 내밀었지만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총재 스스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었던 이유가 크다. 야구인들은 유영구 총재가 몰고 온 KBO 내부의 신선한 개혁 바람이 확실한 결과물을 낳아 한국 야구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