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브르어 “시인 이상의 머릿속에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다” ‘모던이미지 연극의 거장’ 미국의 현대연극 연출가 리 부르어(Lee Breuer)(72)가 교포 한국인 노성 씨가 쓴 창작희곡 ‘이상, 열셋까지 세다’(5.1-6.28)를 한국 배우들과 함께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 무대에 올린다. 미국의 '아방가르드 실험극의 거장'으로도 불리는 연출가 리 브루어가 연출하는 연극 ‘이상, 열셋까지 세다’는 한국이 노성 씨가 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을 영어번역본으로 읽고 쓴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대본을 낭독하는 자리에서 작가의 주도하에 대본이 부분적으로 실연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흥미를 느꼈다는 리 부르어는 시인 이상에서 얻은 영감으로 감각적인 무대를 연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작품의 연출을 위해 지난 3월 17일 내한한 리 부르어는 1일 2시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 이상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상은 1920년대 초현실주의 작가였다. 현대 뉴요커들처럼 모던함을 지녔다. 그의 모습에서 록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는 록 스타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며 한국의 전위적인 시인 이상의 작품에 대해 애착을 드러냈다. “미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시인 이상은 그만의 스타일이 나와도 잘 맞는 것 같다. 이상은 국제적인 아티스트다. 이상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면 랭보나 장 콕토,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반영에 오를 아방가르드적 예술을 보였을 것이다. 지금 당장 뉴욕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세계적인 모던 예술가다.” 리 부르어는 2000년 서울연극제에 초청받아 연극 ‘하지’로 한국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처음 소개했고 지난해 ‘인형의 집’ 공연으로 다시 한국 무대를 찾았다. 당시 삼일로 창고극장으로부터 공동작업 제안을 받았고 올해 이 작품을 한국무대에 함께 제작해 올리기로 했다. “첫 작품이었던 ‘하지’의 가장 큰 문제는 번역에 있다. 비속어 표현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 표현을 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것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관객들은 8년 전보다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한국관객들이 뉴욕 블랙코미디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인형의 집’을 공연할 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이 작품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92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음악과 예술적인 요소들을 섞어 놓은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센티메탈한 것들을 가미하고 있고 이상에서 드러나는 내면세계를 보여주려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창고극장은 실험적인 무대의 블랙박스와도 같다.” 2층 주택 창고를 개조해 만든 70석 규모의 창고극장은 리 부르어에게 이상을 연상시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연극의 중심지 대학로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실험적인 극장으로 현실 흐름과 벗어나 있던 시인 이상의 캐릭터와도 잘 맞는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긴밀한 관계유지가 가능하고 영화 필름에 담아낼 법한 클로즈업 효과도 가능하다. 사운드와 조명, 주관적 표현을 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다”며 창고극장에서 가능한 연출기법등도 언급했다. “작품은 영상과 회화 등 미술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다. 비디오-프로젝트-인형극적인 요소들-연기-사운드 변형…192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음악도 활용한다. 이상이 살았던 당시의 모습을 표현한다. 1970년대 뉴욕 갤러리에서의 퍼포먼스를 본다고 생각해도 된다.”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리 부르어가 한국의 시인 이상의 내면을 무대 위에 올린다. 리 부르어가 연출하는 ‘이상, 열셋까지 세다’는 1억여 원의 제작비를 (주)지안웍스 가갤러리에서 부담하고 4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이 창고극장에서 진행된다. 240여 명이 지원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이창수, 신동력, 임영준, 김소진 등 4명의 배우가 리 브루어와 함께 작업한다. jin@osen.co.kr 연출가 리 부르어. /LG아트센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