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MC가 연예인 사회의 꿈의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정통 아나운서와 코미디언의 경합장이었던 예능 MC 자리에는 최근 가수와 영화배우, 탤런트 출신들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높은 출연료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예능 MC의 매력으로 손꼽힌다. 2000년대 들어 예능 MC의 주축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등장과 함께 생존력 강한 개그맨 출신들로 확실히 틀을 잡았다. 대부격인 이경규와 투톱 MC 유재석 강호동을 비롯해 남희석 신동엽 이휘재 이혁재 김구라 서경석 조혜련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선후배 동료 개그맨들의 인맥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예능 MC 사회로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가수 출신이다. 음반 시장의 붕괴로 수익 기반을 상실한 톱 가수들이 하나 둘씩 예능 프로그램으로 둥지를 옮기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가수 출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예능 MC는 바로 탁재훈과 신정환. 탁재훈은 메인 톱MC급으로 성장해 KBS 연예대상까지 수상했고 신정환은 각종 예능 프로의 보조 MC와 게스트 자리를 섭렵하며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기에 '라디오스타' '패밀리가 떴다'의 윤종신도 가수보다는 MC로 더 활발하게 뛰는 중이고 '1박2일'의 MC몽 은지원 이승기 김C, '패떴'의 이효리 김종국 등도 본업 구분이 힘들 정도로 MC 비중을 높였다. 그렇다면 가수 출신들이 소속 방송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아나운서들을 밀어내고 개그맨에 이어 MC 사회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할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오랫동안 무대와 방송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예능 마이크를 잡는 개그맨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질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단적인 예로 이번 주 KBS 2TV 화요일 심야 예능 '상상+'가 최양락 남희석 등 특급 게스트들의 걸쭉한 재담과 개인기에 힘업어 시청률과 시청자 호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가수 출신 탁재훈-신정환의 메인 MC들과 호흡을 맞춘 이 둘은 방송 내내 주도권을 잡으며 매 순간 큰 웃음을 터뜨렸다. 최양락과 남희석 모두 개그맨 시절부터 혼자 힘으로 충분히 시청자를 웃길수 있는 개인기를 갖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들은 또 코미디나 개그 프로부터 갈고 닦은 협업 체제와 팀워크, 선후배 관계 등에서 가수나 배우, 아나운서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탁재훈-신정환은 물론이고 윤종신 등 가수 출신 MC들은 재치있게 상대의 말을 되받아치고 적절한 끼어들기로 웃음을 선사하는 데 특화된 자질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또 적절히 게스트를 띄워주면서 프로그램에 융화되기 보다는 단독 플레이에 더 능하다는 공통점을보유했다. 게스트나 보조 MC, 또는 집단MC 체제에서는 빛을 발할 수 있지만 토크쇼 등의 단독 MC를 맡기에는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개그맨들과 달리, 수시로 음반 발표를 병행하는 투잡 구조 역시 예능 프로 MC로 살아가는 가수 출신들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