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동기생 라이벌' 김재현(34)과 이호준(33)이 3연패를 노리는 SK에서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김재현과 이호준은 올 시즌 SK의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2일 팀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명타자는 김재현과 이호준 둘을 놓고 경쟁을 붙이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김 감독은 이와 함께 1루는 왼손 박정권과 오른손 안경현을 번갈아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SK의 지명타자는 시즌 초반엔 김재현과 이호준이 상대 투수 형태에 따라 교체 투입되다가 경기를 치르면서 우세한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은 지난 해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 10홈런, 60타점의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에도 주전 지명타자가 유력했으나 동기생이자 SK의 붙박이 4번 타자 출신의 이호준이 컴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호준은 왼쪽 무릎수술로 지난 해 고작 8경기에서 25타수 5안타(.200)의 미미한 성적을 내는데 그쳤다. 이호준은 지난 시즌 내내 재활훈련을 치르면서 지금은 부상이 완쾌된 상태. 이번 시범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해 타율 3할8리를 기록하면서 출전준비를 마쳤다. 김재현과 이호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맞수여서 이번 주전경쟁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3년 김재현은 신일고. 이호준은 광주일고의 주축 선수로 배명고의 김동주와 함께 '빅3'로 불렸다. 프로에 입단하는 과정도 김재현과 이호준은 비슷했다. 김동주가 두산의 제의를 뿌리치고 고려대에 진학한 반면 김재현과 이호준은 나란히 연세대에 입학하기로 했다가 막판 프로로 방향을 틀었다. 김재현은 LG, 이호준은 해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01년까지는 김재현의 압승이었다. 김재현은 타고난 임펙트 능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잘 생긴 외모로 소속팀 LG는 물론 전국구 스타로 군림했다. 그 사이 이호준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과정에서의 혼선과 사람 좋아하는 성격으로 운동에 전념하지 못했다. 이호준이 야구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시즌 중반 SK로 트레이드된 이후다. 숨겨진 타격재능이 살아나기 시작한 이호준은 홈런타자로 재탄생했다. 2002년 23개를 시작으로 2003년 36개, 2004년 30개, 2005년 21개 등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날렸다. 이호준이 김재현에게 역전을 한 시기다. 올 시즌 펼쳐질 지명타자 싸움은 3번째 진검승부이자 최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밀리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 만큼 중요하고, 팬들로서는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