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新 불문율, '내 캐스팅 사실을 알리지 말라'
OSEN 기자
발행 2009.04.03 08: 18

최근 충무로에서 캐스팅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캐스팅은 일차적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가 서로 출연을 구두로 약속하면서 처음 그 단계가 이루어진다. 이후에 투자사 쪽에 투자의뢰를 하면서 캐스팅 안이 다시 검토 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 쪽에서 제작사가 제출한 캐스팅 안에 난색을 표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A, B 배우는 괜찮은데 C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C 배우 대신 다른 배우로 했으면 좋겠다’는 투자사의 의견이 있을 경우 제작사는 그들 마음대로 일방통행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제작사는 이미 구두로 출연을 합의했던 배우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도 있고 다른 투자사를 알아볼 수도 있지만 만약 끝내 투자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투자사의 의견대로 캐스팅된 배우를 교체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럼 이미 캐스팅이 된 배우는 제작사가 입장을 바꿀 경우 출연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져 ‘A 배우가 캐스팅이 됐지만 투자사에서 난색을 표명해 교체됐다’는 소문이 나게 되고 배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게 된다. 이에 제작사와 배우가 구두로 캐스팅이 됐다고 해도 절대 이 사실을 쉬쉬하며 모든 것의 조율이 다 끝날 때까지 함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렇게 캐스팅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올 경우 개런티 부분의 조율이 더 힘들어진다. 배우가 출연을 하기로 하고 세부 계약에 들어갈 경우, 한 쪽은 조금 더 덜 줘야 하는 입장에서 한 쪽은 좀더 받아야 내야 하는 입장에서 예민한 부분의 조율을 시작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캐스팅 사실이 기사화되거나 공공연한 사실로 외부에 비쳐질 때, 아직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계약 조건이 100%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 최대한 합의점을 찾고 계약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출연을 하겠다고 하고 이미 그 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서 알려져도 막판 끝까지 계약 조건이 맞지 않고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경우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출연이 불발되는 경우도 있다. 충무로에서 캐스팅 사실을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야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캐스팅이 불발될 경우 다른 대안을 찾는데 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겠다고 한 역할을 다른 배우에게 제안했을 때, 배우는 ‘시나리오가 돌고 돌다 내 차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시나리오의 캐릭터 자체로 출연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다들 안 하겠다고 한 역할을 내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며 출연 결심을 시원하게 내리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또한 충무로의 불황이 겹쳐 톱 스타와 톱 감독이 만나도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경우 ‘그들이 만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안 된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해진다. 그럴 경우에도 스타 감독과 배우의 이름에 상처가 될 수 있어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돼도 투자와 세부 계약 등 모든 것이 마무리 될 때까지 끝까지 함구하며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crystal@osen.co.kr 제4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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