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를 진료,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뜻 밖의 대화가 오가는 경우가 있다. "간이 빨리 좋아지려면 운동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간염환자는 운동을 하면 안된다는데요?" "누가 그런 무식한 소리를 합니까? " 간은 우리 인체에서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 하루에 인체를 수십바퀴 도는 혈액이 간을 거쳐 가면서 독소가 걸러지고 깨끗해지는데 그 과정에서 간에 각종 쓰레기와 독소가 쌓이게 된다. 기계의 필터는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환해주면 되는데 간은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간이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간자체의 해독기능도 있지만 대부분 '파괴와 재생' 이라는 순환적 생체면역시스템에 의하여 이뤄진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화학약품, 독성물질과 바이러스 등에 간세포가 오염되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염된 간세포의 파괴가 자체적으로 이뤄지는데 이와 함께 파괴되는 간세포의 숫자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포들이 재생되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이러한 신생세포의 재생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데 예를 들어 간의 절반 정도를 잘라내어도 보통 한 두 달이면 정상상태로 원형을 회복할 정도이다. 따라서 아무리 간세포의 파괴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도 간세포재생에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그과정을 통해 독성물질을 배출해내거나 간염바이러스를 퇴출시켜서 자연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현재 간염바이러스를 죽이는 약물이 없으므로 치료 또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반면, 한방에서는 간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자연치유를 위한 생체면역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용하기 때문이다. 급성 간염 시에는 간세포의 파괴 시에 나타나는 간효소(GOT,GPT)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데 이때 병원에서는 수치의 상승을 억제시키기에 급급하다. 수치의 상승은 간세포파괴의 증가를 의미하며 간세포파괴를 간이 나빠지는 과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학에서는 수치의 상승을 절대 막지 않는다. 다만 간세포파괴속도에 비례하여 신생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고 또한 면역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면역강화약물을 투여하여 인체의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빨리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간염치료의 면역요법에 대해서는 일절하고 아무튼 간염환자가 운동을 하면 좋을지 나쁠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자. 운동을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간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 그것은 운동으로 인해 간 내의 혈류속도가 빨라지면서 간세포 중에 낡은 세포들은 파괴가 촉진되기도 하고 무리한 운동으로 피로물질이 쌓이면 이를 해독하기 위해 간수치가 상승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치가 상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간이 새로워지고 깨끗해지는데 필수적 과정이다. 간염환자가 운동을 하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운동을 해서 간수치가 상승하면 간이 나빠지는 상황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잠시 설명했듯이 간수치의 상승이 무조건 간상태가 나쁨을 의미하지 않으며 반대로 간의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좋아지려고 간수치의 상승(간세포의 파괴와 재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볼 때 간염환자에게 있어서 운동은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글: 김양진 한의학 박사(신명한의원 원장겸 신명한방임상연구소 소장)] 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