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승패가 갈렸으나 그 와중에서도 노장의 대기록은 빛났다. 두산 베어스가 선발 김선우의 호투와 장단 12안타로 11득점을 기록하는 집중력을 앞세워 한화 이글스에 승리를 거뒀다. 그 속에서 국내 최고령 투수 송진우는 역대 통산 3000이닝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두산은 9일 대전 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화 전서 5⅔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김선우와 1회 김현수의 선제 결승타 등을 앞세워 11-2 대승을 거뒀다.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하는 다승제를 채택한 2009시즌 초반 1무승부 포함 2연패를 기록 중이던 두산(시즌 전적 3승 1무 1패, 9일 현재)은 이날 승리로 대전 구장 5연패 및 원정 3연패 사슬을 끊으며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송진우의 3000이닝 기록을 빛내지 못하며 패배를 기록한 한화의 현재 성적은 2승 1무 2패.
선취점은 김현수의 방망이서 비롯되었다. 두산은 1회 선두 타자 이종욱이 우익수 방면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고영민의 스트라이트 낫아웃으로 1사 2루가 되었으나 김현수가 때려낸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이종욱이 홈을 밟으며 손쉽게 선제 득점을 올렸다.
이후 경기는 4회까지 투수전으로 전개되었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피안타로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결정타는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한화 선발 정민철 또한 완급 조절을 통한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며 접전을 이어갔다.
5회에 접어들자 두산의 방망이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재원의 손가락 골절상으로 인해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최준석은 5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뒤 정민철의 6구 째 커브(110km)를 그대로 끌어당기며 좌월 장외 솔로포로 장식했다.
2사 2루로 찬스를 이어간 두산은 이종욱의 1타점 중전 안타로 3-0까지 달아난 뒤 6회서도 신인 허유강을 상대로 3점을 뽑아냈다. 선두 타자 김현수의 볼넷 등으로 1사 1루가 된 상황서 맷 왓슨은 허유강의 7구 째 직구(130km)를 그대로 받아치며 중견수 뒤쪽 담장을 넘는 투런 아치를 작렬했다.
긴장한 허유강이 3연속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1사 만루가 된 상황. 타석의 임재철은 유격수 땅볼을 때려낸 후 1루를 밟으며 세이프 판정을 받아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최준석이 홈을 밟으며 점수는 6점 차로 벌어졌다.
한화는 6회말 김태균의 우월 솔로포로 만회점을 올렸으나 점수 차가 컸다. 7회 초 두산은 왓슨이 송진우로부터 1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뽑아낸 덕택에 7-1까지 달아났다. 7회말 한화는 윤재국의 1타점 좌중간 2루타로 한 점을 더했으나 이미 경기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두산은 9회초에도 김현수의 1타점 중견수 방면 2루타와 손시헌의 1타점 좌익수 쪽 2루타로 2점을 더한 뒤 임재철의 땅볼 때 상대 유격수 송광민의 악송구에 편승, 9회서만 대거 4점을 획득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최고 151km의 직구와 투심, 슬라이더, 커브 등 여러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5⅔이닝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 개막전 선발승에 이어 2연승을 이어갔다. 3번 타자 김현수는 4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물오른 컨택 능력을 확실하게 뽐냈다.
한화 선발 정민철은 4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5회 추가 2실점하며 5이닝 5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3실점으로 첫 경기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김별명' 김태균은 7회 솔로포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3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이어가며 화력을 뿜었으나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송진우의 통산 3000이닝 달성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7회초 한화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진우는 1사 2루서 이대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프로 데뷔 후 무려 9000번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팀의 원포인트 릴리프가 된 송진우였으나 투철한 야구관과 엄청난 자기 관리로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운 프로 21년 차 투수의 왼쪽 어깨가 승패와 관계없이 찬란하게 빛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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