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쉼없이 전진하는 '중심 타자'
OSEN 기자
발행 2009.04.10 09: 35

"힘을 싣는 방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컨택 스윙'이죠". 김현수(21. 두산 베어스)는 보면 볼 수록 신기한 타자다. 얼핏 봤을 때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타석에 들어서는 단순한 선수 같지만 그는 스스로 조금씩 타격 스타일을 바꿔가며 제 능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김현수는 9일 대전 구장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1회 1타점 좌익수 방면 선제 결승타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이후 김현수가 5경기서 기록한 성적은 5할5푼(1위, 20타수 11안타, 9일 현재) 2홈런(공동 3위) 6타점(공동 3위)으로 탁월하다. 경기 후 김현수는 "1회 때려낸 안타는 의도적으로 밀어친 것이 아니다. 칠 수 있는 공이라고 생각해 배트를 휘둘렀고 힘이 이전보다 조금 더 실렸을 뿐이다"라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출장으로 예년에 비해 조금 체력이 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전보다 몇 경기 더 치렀을 뿐이다. 오히려 WBC서 보고, 배우며 느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라는 말로 기술을 배웠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방망이까지 바꿨다. WBC 대표팀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균(27. 한화)처럼 배트 손잡이 부분을 두껍게 테이프로 감싸 골을 완만하게 한 김현수는 "(김)태균이 형이 테이프 감싸는 법을 가르쳐줘서 제가 직접 감아봤어요"라며 웃어보인 뒤 감싼 부분을 오른손으로 지그시 쥐어보였다. 방망이만 다르게 한 것이 아니다. 두 발을 평행하게 놓는 크로스 스탠스를 보여주던 김현수는 오른발을 투수 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한 오픈 스탠스 스타일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고 타격 후 배트를 끝까지 놓지 않고 휘두르며 힘을 주는 데 집중했다. 시즌 초 5경기를 치른 데 불과했지만 지난해보다 더 좋은 타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힘을 싣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장타력을 갖춘 타자'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시기상조에요. 아직은 '컨택 스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며 웃어 보인 김현수는 기복이 없는 활약을 펼치며 팀에 확실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만 21세에 불과한 그가 스스로 깨우쳐가며 경기에 나서는 만큼 김경문 감독이나 김광림 타격코치 또한 그에게 많은 지시를 내리는 대신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표본이 너무도 적었으나 개막 후 4경기까지 왼손 투수를 상대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현수는 9일 7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송진우(43)의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뽑아냈다. 김현수는 그에 대해서도 "단순히 밀어쳐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타격 시 힘을 조금 더 실어 보내는 데 집중했다. 이제야 조금씩 야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전보다 힘을 더 싣는 타격에 조금씩 적응하는 동시에 스스로 '개안'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리그와 국제 대회에서의 탁월한 성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와중에서도 그는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야구에 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의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마음이 더욱 강한 '젊은 주력 타자' 김현수의 방망이에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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