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저 두 동기생 간의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이다". 지난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4연승을 거둔 후 김시진 감독에게 경기 총평을 부탁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바로 히어로즈의 차세대 간판인 유격수 강정호(22)와 3루수 황태균(22)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김 감독은 이제서야 승리를 실감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강정호와 황재균은 나이도 같고 동기생이라 친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김 감독은 "둘의 경쟁이 팀으로서는 이득이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4연승이라는 초반 팀 성적보다 경기 내용에서 보여주고 있는 젊은 주축들의 활약에 더 흥이 나는 듯한 표정이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유격수와 3루수를 각각 맡게 될 강정호와 황재균이 제 자리를 찾는다면 히어로즈의 미래는 밝다"며 둘을 주목해야 할 선수로 꼽은 뒤 "미래의 간판 선수로 성장할 두 명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도 좌우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만큼 둘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팀 성적에도 반영되고 있어 한층 즐겁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둘은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2타점을 올려 팀의 9-5 역전승에 발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0-1로 뒤진 1회 1사 후 황재균은 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솔로아치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자 삼성이 3-1로 달아난 3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선 강정호가 우월솔로포를 날렸다. 5경기를 치른 9일 현재 타율은 4할(15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인 황재균이 3할5푼7리(14타수 5안타)의 강정호를 다소 앞서고 있다. 타점도 7 대 4로 황재균이 우세하다. 하지만 선구안과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출루율에서는 5할5푼의 강정호가 4할5푼인 황재균을 능가하고 있다. 강정호가 6개의 볼넷, 황재균이 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홈런은 나란히 2개씩. 강정호는 최근 두 경기에서 멀티히트 행진을 펼쳐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중이라면 황재균은 5경기 연속 안타로 꾸준하게 쳐내고 있다. 이렇듯 둘은 김 감독의 말처럼 경쟁자이자 동기생으로 끈끈한 우정을 키워가고 있다. 1987년생인 강정호와 황재균은 2006년 나란히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강정호가 2차 1순위(전체 8번)였다면 황재균은 2차 3순위(전체 24번)로 밀렸다. 1군 무대를 먼저 밟은 것은 강정호였지만 코칭스태프의 눈에 먼저 든 것은 황재균이었다. 황재균은 강정호보다 한 해 늦은 2007년에야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이광환 감독 체제에서는 황재균이 먼저 붙박이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강정호가 그 자리를 차지, 황재균은 정성훈(LG)의 3루 백업요원으로 돌아서야 했다. 결국 올 시즌 교통정리가 끝나고 자기 색깔에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느낌이다. 황재균은 2번자리에서, 강정호는 하위타순에서 타순의 윤활유가 돼주고 있다. 수비에서는 내야의 핵심 두 자리를 맡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늘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전문가들도 "지금의 수비 포지션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둘의 성장은 차세대 국가대표팀을 이끌 재목의 성장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8일 경기에 앞서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말해 활약을 스스로 예견했다. 황재균은 "시즌에 대비해 하루에 두 시간씩 일 대 일 트레이닝에 몰입했다"고 밝혀 반짝 활약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것을 다짐해 보였다. 이 둘은 서로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면서 타력경쟁까지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히어로즈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한 명이 잠깐이라도 앉아 물을 마시고 있을 때면 다른 한 명은 방망이를 챙겨들고 서서 "너는 타격 연습 안하냐. 빨리 가자"고 재촉하기 일쑤다. 강정호와 황재균. 히어로즈의 차세대 간판은 나란히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letmeout@osen.co.kr 강정호-황재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