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일만에 홈런' 강동우, 감동을 선사하다
OSEN 기자
발행 2009.04.12 09: 01

스타 선수들의 활약보다 시련을 딛고 재기한 노장 선수들의 투혼은 더욱 감동적이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강동우(35)는 지난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중견수 겸 톱타자로 나선 강동우는 1회 중전 안타를 터트린 뒤 0-1로 뒤진 3회 결승 투런 아치를 쏘아 올렸다. 선두 타자 오선진이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강동우는 롯데 선발 허준혁의 초구(138km 싱커)를 밀어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2007년 7월 12일 잠실 현대전에서 4회 우월 솔로 홈런을 터트린 뒤 640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만끽했다. 강동우는 이날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2볼넷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강동우의 시즌 첫 아치는 굴곡 많은 그의 야구인생 속 희망의 빛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 하다. 경북고-단국대를 거쳐 1998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동우는 중견수 겸 톱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3할(414타수 124안타) 10홈런 30타점 74득점 22도루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이병규의 타구를 잡으려다 외야 펜스와 부딪쳐 오른쪽 정강이를 다쳤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부상이었다. 강동우는 1년간의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뒤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강동우는 2006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지난해 KIA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러나 세 번째 둥지에서도 그는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10월 한화 내야수 신종길과 맞트레이드됐다.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겨우내 경북고에서 모교 후배들과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당시 강동우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아니겠냐. 기존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김인식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야 한다. 이적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각고의 노력과 김 감독의 믿음 속에 그의 방망이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SK와의 개막 2연전에서 6타수 3안타를 기록한 뒤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서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김 감독의 믿음은 변함없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조금이나마 보답한 셈이다. 강동우는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작전 대신 공격하라고 하셔서 초구를 공략했다. 롯데 투수의 실투라서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뒤 "톱타자가 조금 부담된다. 우리 팀에 톱타자로 나설 선수들이 많지만 감독님이 내게 기회를 많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더욱 분석해서 상대 투수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저서 제목처럼 강동우의 야구 인생도 마찬가지일 듯. 10여 년 전부터 자신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쓰러지지 않을 각오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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