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승리를 거뒀지만 개운치 않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지난 11일 대전 롯데전이 끝난 뒤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타선이 화끈한 공격 지원을 펼쳐지만 불안한 계투진 탓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듯. 10점을 뽑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한화는 10일 대전 롯데전에서 선발 류현진이 7⅓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쾌투를 펼쳤지만 8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훈이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타자들의 선전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불안한 계투진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우리 팀은 후반에 던질 투수들이 모자라기 때문에 토마스 앞에 강한 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11일 롯데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한화는 선발 김혁민의 역투와 홈런 3방을 앞세워 5회 8-2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그러나 김혁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윤규진이 ⅔이닝 2볼넷으로 흔들렸다. 베테랑 좌완 송진우가 구원 등판했으나 이대호-가르시아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는 등 ⅔이닝 2피홈런 2실점으로 흔들렸다. 결국 '마노예' 마정길까지 출근 도장을 찍었다. 마정길은 10일 대전 롯데전을 제외하고 매 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짧은 이닝이지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치 울며 겨자먹는 심정처럼. 마정길은 두 타자를 잡아냈지만 안타 3개를 얻어 맞으며 1점을 헌납했다. 전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양훈이 2이닝 무실점으로 10-6 승리를 지켰지만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김 감독은 윤규진에 대해 "밸런스가 앞으로 쏠려 볼이 높게 형성된다.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화는 디아즈-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8개 구단 최고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31세이브를 따낸 브래드 토마스라는 특급 마무리를 보유했다. 타자들이 홈런을 펑펑 터트리고 토마스가 뒷문을 단속하더라도 계투진이 흔들린다면 아무 소용없다. 그나마 믿을만한 마정길이 혹사 우려 속에서도 출근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투진의 난조 속에 김 감독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