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中/談/話 양무승 투어2000여행사 대표이사
OSEN 기자
발행 2009.04.13 11: 15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꾼다! 수익성과 유동성에 중점을 둔 ‘정도 경영’ 3월 26일 저녁 7시, 어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서대문 인근의 허름한 삼합집에서 투어2000의 양무승 사장을 마주했다. 취중담화의 자리로 그를 불러내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양사장은 항상 분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투어2000의 수장으로서보다는 KATA산하 여행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는 눈 코 뜰 새가 없다. “사장님 이젠 투어2000의 경영에도 신경을 좀 쓰시죠” 취중담화에 같이 참석한 윤제이 전무가 쓴 소리를 뱉어낸다. 하지만 그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군가는 반듯이 해야 될 일입니다”를 되내일 뿐이다. 투어2000의 양무승 사장. 그가 여행업에 입문한 지도 어언 30년이 넘었다. 여행업의 입문계기에 대해 그는 선배와의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 후회는 없다. 1979년 럭키항공을 첫 직장으로 양사장은 여행업에 입문한다. 당시 여행사의 수는 20여개에 불과했으며 문화단체나 종교, 업무출장 등 대부분이 상용물량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여권 발급조차도 쉽지 않아 이렇다 할 수출실적이 없었던 회사의 경우에는 업무용 여권조차 만들 수 없었던 시대였다. 특히 그 당시에는 미국대사관 출입증제도가 있어 출입증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미국 비자관련 인터뷰가 가능했다. 미국대사관 출입증을 소지한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행업계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서류를 접수한다. 그러나 그 서류는 위조서류였고 이일로 인해 그는 책임을 지고 럭키항공을 퇴사하게 된다. 퇴사 후 그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직원 10여명과 함께 1987년 올림픽항공을 설립한다. 현재 올림픽항공은 그의 친구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설립한 투어2000도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환율의 급격한 인상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최근 여행업계가 곤경에 처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조용하게 넘어갈 계획이다. 한편 투어2000은 올해 수익성과 유동성에 중점을 둔 ‘정도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환경 변화에 앞선 대응을 위해 국내여행 홈페이지를 새롭게 오픈하는 등 IT부문을 강화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양무승 대표는 아직은 투어2000이 미완성이지만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정도를 지키는 경영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체면을 지키는 것은 장사꾼이 아닌 선비가 할 일이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수익만을 앞세우는 장사꾼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밝히며 “가능한 정정당당하고 정상적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임직원들과 조촐하게 보낸 투어2000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고객과 협력사 그리고 관계사와의 신뢰를 지켜 나간다면 머지않아 지금의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사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현재 여행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힘든 고비를 맡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2010년 1월부터 발권수수료 자유화정책을 실행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여행사들의 ‘서비스 피’ 도입에 관한 적절한 근거와 실질적인 법령 및 시행규칙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행발전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그는 여행사들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그는 다른 산업군과 달리 실질적인 마진율이 5%도 채 되지 않는 현 여행업의 실정상 2.5%~3.5%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도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의 투명성과 세수확보를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를 적극 권장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 강제력까지 동원해왔다. 이에 대해 그는 “현금영수증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거래의 투명성과 세수확보를 위한 정부 당국의 목적은 충분히 성과를 이뤘다”며 “현재는 가맹점인 여행사들이 카드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수수료를 손님이 부담하는 것이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드수수료가 2%대로만 낮아져도 여행사들은 수천억원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 또 그는 “여행사들의 입장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만큼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안은 현재 없다”며 “전체 여행업계가 힘과 정성을 모아 반듯이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소를 옮겨가며 4시간이 넘게 진행된 취중담화를 통해 왜 그가 투어2000의 경영을 등한시(?) 한 채 대외적인 여행발전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양무승 사장은 단국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2000년 4월 투어2000의 대표이사로 취임, 올해로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꼽히고 있다. 여행미디어 박은경 기자 eun@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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