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함이 묻어난다. 일구일구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LG 베테랑 1루수 최동수(38)는 요즘 비장함속에 타석에 선다.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일구 일구를 노리고 있다. 주전에서 밀려나 대타 요원으로 경기에 나서는 상황이므로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현재 6경기에 출장해 6타수 2안타로 3할3푼3리의 타율을 마크하고 있다. 표면상 성적은 평범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일 때 인상적인 타격을 펼쳐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 지난 10일 페타지니의 3연타석 홈런포로 서울 라이벌 두산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때 단초를 제공한 것은 대타 최동수였다. 4-5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서 9번 권용관 대신 타석에 들어선 최동수는 두산 신예 마무리 투수 이용찬과 맞서 볼카운트 2-0에서 풀카운트까지 몰고간 뒤 9구째를 타격, 좌익선상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용찬의 150km대 강속구를 물고 늘어진 끝에 뽑아낸 안타였다. 더욱이 발이 빠른 선수도 아니지만 2루까지 전력질주, 간발의 차로 세이프가 됐다. ‘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서린 타격과 주루 플레이였다. 최동수의 2루타가 도화선이 돼 계속된 1사 만루서 페타지니의 끝내기 만루 홈런이 터져 LG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승리의 주역은 페타지니였지만 최동수의 집념도 무시할 수 없는 승인이었다. 최동수는 3-4로 아깝게 역전패한 13일 두산전에도 8회 대타로 출장, 두산 사이드암 고창성으로부터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 동점 주자가 됐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김재박 감독은 최동수를 주로 경기 후반 9번 권용관 타석에서 대타로 기용하고 안타를 치고 나가면 발빠른 박용근을 대주자로 출전시키는 패턴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 주전 1루수로 뛰었던 최동수는 신예 기대주인 박병호(23) 등에게 밀려 올 시즌은 대타로 출장기회를 얻고 있다. 비록 벤치워머로 경기 중반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후반 대타로 나서고 있지만 집중력있는 타격으로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40대를 바라보는 많은 나이지만 집중력과 승부욕은 20대 신예들보다 오히려 낫다. 신예들이 지금은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선발 출장 기회를 얻고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최동수가 다시 주전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배들이 지금처럼 부진한 타격을 계속하면 김재박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해인 김 감독으로선 신예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동수가 지금처럼 집중력 있는 타격을 펼친다면 주전으로 복귀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최동수의 비장한 타격이 팀승리에 기여함과 동시에 후배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겨울 LG와 2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으나 벤치 신세로 올 시즌을 맞은 최동수가 독기 어린 타격으로 호시탐탐 주전복귀를 노리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