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⅔이닝 147탈삼진'. 이닝 당 평균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라면 충분히 특급 대열에 낄 수 있다. 하지만 볼넷과 탈삼진 비율이 대등하다면 그 투수에 대한 평가는 반감된다. 작년까지 SK 고효준(25)이 그런 유형의 투수였다. 불같은 강속구와 구위를 지녔으면서도 둘쑥날쑥한 제구력으로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고효준은 올 시즌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하게 털어낼 예정이다. 특히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홈경기에 올 시즌 두 번째 선발투수로 나서는 만큼 새로운 '닥터K'로서의 강렬한 이미지까지 홈팬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고효준은 지난 10일 목동 히어로즈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2실점(1자책)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단 2개의 안타만 내줬고 무려 11개의 삼진을 잡아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올 시즌 3경기에서 9이닝 동안 15개의 삼진을 기록 중이다. 고효준은 이미 삼진율이 높은 투수였다. 지금까지 통산 140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4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22, 한화)이 통산 591이닝 539탈삼진, 김광현(21, SK)은 252이닝 217탈삼진이라는 것만 봐도 고효준의 위력을 실감하게 할 수 있다. 고효준은 15일 현재 김광현, 봉중근과 함께 탈삼진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고질적이라 지적받던 제구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3경기에서 9이닝 동안 볼넷, 사구, 폭투를 1개씩 던지긴 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던 모습과는 달리 위기를 모면하며 정신적으로도 확실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지난 2002년 2차 1순위(전체 6번)로 롯데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던 고효준. 그러나 다음해 SK로 이적한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만년 유망주로 인식됐다. 2004년과 2005년 각각 2승과 4승을 거두긴 했지만 2006년부터 단 1승도 더하지 못했다. 2006년 14경기, 2007년과 2008년 1경기씩 등판한 것이 다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고효준에 대해 시즌 전부터 "스피드는 원래 있었고 제구력이 문제였는데 전체적으로 팔 스윙, 릴리스 포인트 등이 안정적이다"며 "계속 로테이션에 넣어 지켜보겠다"고 신뢰감을 나타냈다. LG를 만나는 고효준이 '새로운 닥터K'로서의 이미지와 완전한 붙박이 선발진 구축을 동시에 노린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