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뛰면 골이 터진다.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됐다.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베테랑' 김기동(37)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면서다. 김기동은 17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2009 K리그 6라운드에서 전반 45분 감각적인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12분 루이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비겼지만 최근 부진에 빠졌던 포항에 천금같은 골이었다. 김기동은 지난 4일 울산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었다. 비록 8일 중국 톈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득점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3경기 선발에 2골이라는 매서운 상승세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활약이기도 하다. 그동안 파리아스 감독이 세대교체를 주창하면서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기동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서 울산전 이전에 김기동이 출전한 경기는 지난 달 11일 호주 센트럴코스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것이 전부였다. 체력이나 기량에 별 문제가 없었던 김기동에게는 억울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김기동에게 포기는 없었다.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고 했던가. 오는 21일 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에 따른 주전들의 체력 안배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김기동은 경기 내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파리아스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김기동은 미드필드의 중심으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면서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적재적소에 자리를 잡으면서 중원 장악의 효시를 쏘아올린 것도 김기동이었다. 그리고 위협적인 프리킥으로 포항에 소중한 선제골을 안겼다. 1972년 1월 12일생인 김기동의 K리그 역대 최고령 득점이었다. 지난 4일 자신이 세웠던 기록을 경신한 것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증명한 셈이다. 김기동의 무력 시위에 파리아스 감독이 어떤 답을 내릴지 흥미로워지고 있다. stylelomo@osen.co.kr 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