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김기동(37)이 나이가 아닌 체력과 기량으로 선수를 판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기동은 17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과 2009 K리그 9라운드에서 전후반 90분 내내 활약하면서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상대가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전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날 김기동은 전반 45분 감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지난 4일 울산전에서 자신이 기록한 K리그 역대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는 골이기도 했다. 김기동은 "(왼발 키커인)김정겸이 너무 가까워서 차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프리키커들도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 나 밖에 없었다. 너무 가까운 안쪽보다는 바깥쪽을 노렸는데 훈련 때 몇 번 차봤기 때문인지 득점으로 연결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김기동의 진가는 골보다 미드필드에서 보여준 중원 장악력에 있었다.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면서 상대의 공세를 무디게 만들고 역습을 이끈 김기동의 활약은 올 시즌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기동도 할 말이 많았다. 김기동은 "포항은 시즌 전에 체력을 테스트한다. 난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체력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부족하지 않다. 경기에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동은 "몇 살까지 뛰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경기장에서 체력이 되는 한 뛰고 싶다. 은퇴는 나이가 아닌 체력에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동의 진심이 전달된 것일까. 김기동 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김기동보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잘 차는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꾸준히 몸 관리를 잘하고 있는 김기동에게 중국 원정에서도 기회를 주겠다"고 응답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