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농구연맹(KBL)은 공동출자로 자체 방송국 설립을 논의한 적이 있다. 합작으로 방송국을 세워 여름에는 프로야구, 겨울에는 프로농구를 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투자금 등 문제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으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양 기구가 자체 방송국 설립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방송사들과의 관계 및 수익증대 차원이었다. 기존 방송사들이 중계권료를 헐값에 산다는 인식과 자체 제작해서 방송사들에 판매할 경우 현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 중계를 둘러싸고 스포츠케이블 방송사들과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간에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프로야구 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1차적으로는 양측이 중계권료를 둘러싼 금액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뉴미디어인 IPTV에 영상 재판매를 놓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방송사들은 근본적 컨텐츠 소유자인 KBO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8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KBO로선 당장 팬들을 위해 중계권료를 내려주고 싶지만 중계권 수익 배분을 받는 구단들의 동의여부가 불투명하다.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구단들이 쉽게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팽팽한 대결로 프로야구 중계가 원활치 않자 야구계에서는 이참에 ‘KBO TV(가칭)를 만들자’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한 야구계 인사는 “8개 구단이 한 해 중계권 배분만 받지 않으면 자체 방송국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요즘은 방송장비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면 제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방송사를 만들면 골치아프게 방송사들과 싸우지 않고 자체제작한 프로그램을 높은 가격에 여러 방송국에 팔 수 있다. 인터넷, IPTV 등 뉴미디어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으로 수익 증대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체 방송국 설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수년전 KBO가 자체 방송국 설립을 위해 내부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자본금 100억원 정도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KBO가 8개 구단에 매년 분배하는 중계권료 수익분과 엇비슷한 금액이다. 따라서 한 해 중계권료 수익분을 8개 구단이 투자하면 자체 방송국 설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야구계 인사는 “어차피 9, 10구단이 생기면 기존 스포츠케이블 4사 외에 다른 방송사를 한 곳 더 끌여들어야 한다. 그럴바에는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 5게임 중 한 경기를 제작해서 여러 방송사에 파는 것이 더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자체 방송국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스포츠케이블방송사들은 한 해 프로야구 제작비로 3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KBO가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 1일 4경기를 제작하면 연간 12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1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케이블방송사, IPTV,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판매하면 현재 벌어들이는 150억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야구계 인사들의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방송사들이 해외스포츠 구입에는 수십억원을 들이면서도 국내스포츠는 제작비 부문을 내세워 싸게 구입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사들과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지 않으면서도 수익은 증대할 수 있는 ‘KBO TV' 설립에 대해 야구계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sun@osen.co.kr 2009 프로야구 개막식 장면
